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에 분명한 기준금리 인하 신호를 보냈다. 그간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이뤄질 때마다 성명서에 보이던 ‘인내심’ 표현이 삭제됐고, 절반에 가까운 연준 위원들이 연내 인하 의견을 제시했다. 연준의 이 같은 변화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도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전체적으로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마무리된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향후 인하를 시사했다. 위원 17명 중 8명은 점도표(향후 금리 전망을 예측하는 것)를 통해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제롬 파월 의장 취임 이후 없던 인하 소수의견도 처음으로 제시됐다.
회의 결과 발표된 성명에서는 미국의 ‘인하 깜빡이’가 더욱 분명하게 감지됐다. 올 들어 성명서에서 빠지지 않던 “금리 결정에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대신 “입수되는 정보의 함의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 “경기 확장을 위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견실하다(solid)’고 평가됐던 경제활동 속도는 이번에 ‘적당하다(moderate)’는 표현으로 고쳐졌다. 연준은 경기 전망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리는 가운데 미국도 인하에 동참할 것이라는 예상은 애초부터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점도표에선 의외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 총재는 “(연준 위원) 7명이 50bp(0.5% 포인트) 인하 견해를 나타낸 건 확실히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50bp 인하가 뜻하는 것은 한 차례가 아닌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시점’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극적 반전이 없다면 미국이 연내 두 차례 인하에 나서고, 내년에 추가 인하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런 관측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FOMC는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쏠림 현상을 부담스러워했던 한은에 명분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 총재는 “연준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단기적으로는 곧 있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통해 미·중 무역협상 향방을 가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