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남녀 있나요” 남자 양산 쓰기 운동 나선 ‘대프리카’

입력 2019-06-20 19:57
양산 쓰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시 제공

여름철 살인적인 더위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 불리는 대구에서 시당국이 이색적인 ‘양산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양산은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는 필수품이지만,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남성들에게까지 대중화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른 무더위가 찾아온 지난달부터 시가 폭염 대책의 일환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양산쓰기 운동’을 시작했다. 남성용과 여성용 양산 각각 1000개씩을 구매해 8개 구·군에 1200개를 분배하고, 남은 800개 중 500개를 거리 홍보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또 각 구·군에 지역 실정에 맞는 캠페인을 펼쳐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으며, 지난 18일에는 제4회 구청장군수정책협의회에서 대구시장과 8개 기초단체장들이 양산을 쓰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시는 양산의 장점도 홍보하고 있다. 양산을 쓸 경우 체감온도를 약 10도 정도 낮춰주고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를 20% 정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자외선을 차단해 피부암과 피부질환, 탈모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양산 쓰기 운동이 대구가 처음은 아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폭염 대책 가운데 하나로 양산 쓰기를 지방자치단체에 권유했고 전북이 이 캠페인을 실시했다. 하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당국은 내륙분지 지형의 대구는 폭염으로 유명한 곳이라 시민들이 좀 더 쉽게 양산 쓰기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폭염 고민이 더 많은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양산 쓰기 운동을 진행 중이다. 대구에서의 성공 여부가 우리나라 양산 쓰기 캠페인 확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양산이 여성용 제품이라는 인식이다. 시는 일본의 남성 양산 쓰기 운동이나 인도의 남녀 구분 없는 양산 쓰기 분위기 사례 등을 참고해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지역 유통업계도 남성용 양산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중·노년층 고객은 늘지 않는 실정이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보다 양산 매출이 늘었지만 남성의 경우 외모에 관심이 많은 20~30대에서 조금 늘어난 정도”라며 “40대 이상은 여전히 양산 쓰는 것을 어색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양산 쓰기의 어색함을 줄이기 위해 대구시 시민안전실 남성직원 60여명에게 양산을 나눠주고 점심 외출이나 출장 때 꼭 쓰도록 권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