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41)] 김영주 남북평화재단 이사장

입력 2019-06-21 00:01
김영주 남북평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기독교인들이 통일을 향한 긴 여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통일 논의는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1988년 발표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은 ‘민의 참여’를 통일의 5대 원칙 중 하나로 언급했다. 국민이 통일의 주역으로 참여하라는 의미다. 88선언을 기점으로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라는 개념도 생겼다.

김영주 남북평화재단 이사장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원장실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정치인들만의 통일 논의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면서 “통일 논의가 생명력을 얻으려면 국민의 참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기사연 원장도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은 “1년 전만 해도 통일이 가깝게 보였지만 지금은 또 그렇지 않다”면서 “국민이 일상에서 통일을 꿈꾸면 이 같은 정치적 간극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조언했다. 이어 “통일은 국민이 행복해지자고 하는 일이지 정치적 안정만을 위한 건 아니다”면서 “민간 차원에서 통일을 바라고 준비하자”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남북 교류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 2007년 남북평화재단 창립 초기부터 실무 책임을 맡았고 2010년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도 지냈다. 기독교 에큐메니컬권을 대표해 여러 차례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대표들과도 교류했다. 서울 북한대학원대학에서 북한정치학 박사학위도 받아 이론적 토대도 쌓았다.

그는 “통일의 열쇠가 될 새로운 통일 이론을 만든다는 건 환상에 가깝다”면서 “이미 나와 있는 이론을 구체화하려는 노력이 훨씬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을 위한 왕도는 없고 인내가 명약”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지금은 인내해야 할 시기”라면서 “기독교인들부터 이질성을 수용하는 연습을 하자”고 당부했다. “남북 관계는 1945년 분단 이후 74년 동안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냉각기죠. 이럴 때가 중요합니다.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서로 다름을 수용해야 합니다. 북한 사람들을 맞다, 틀리다로 평가하기 시작하면 결국 파국을 맞습니다. 저쪽도 마찬가지죠. 우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상대를 인정해야 희망찬 미래를 내다볼 수 있습니다.”

북한을 향한 사랑의 손길도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남북평화재단이 지난 3월부터 진행하는 ‘평화의 농구공 보내기’ 운동도 소개했다.

“북한 청소년들은 공이 없어 농구를 못합니다. 우리가 보내 줍시다. 공을 북한에 보내면 아이들이 농구를 배울 거고 그러면 남한과 북한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길거리 농구대회도 열 수 있겠죠. 우리는 이런 것을 꿈꿔봅니다. 통일은 어떤 사건이나 이벤트가 아닙니다. 과정입니다. 무엇보다 기독교인들이 통일을 향한 긴 여정을 걸으며 인내심을 갖고 이끌어야 합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