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자 자처한 시진핑… 대화 재개 ‘청신호’, 협상 진전은 ‘글쎄’

입력 2019-06-20 04:02

시진핑(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을 하루 앞둔 19일 한반도 문제에 ‘조율자’로서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20~21일 방북하는 시 주석은 19일자 북한 노동신문에 ‘북·중 친선을 계승하여 시대의 새로운 장을 계속 아로새기자’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노동신문 1면에 장문의 기고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노동신문 19일자 1면 하단에 실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기고문. 이름이 우리식 한자 발음으로 ‘습근평’이라고 적혀 있다. 중국 국가주석 명의의 글이 노동신문 2면에 게재된 사례는 두 차례(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있었지만 1면에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신문 캡처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중국은 북한의 동지들과 함께 손잡고 노력해 지역의 항구적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함께 작성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 측과 해당 측(미국)과 함께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진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북한을 지지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는 것을 지지하며,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비핵화 합의를 원하는 미국과 동시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선호하는 북한 사이에서 북한 쪽에 힘을 싣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 두 당과 두 나라 인민은 전통적 중·북 친선을 훌륭히 계승하고 빛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인도적 역할을 발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방북을 계기로 상당 규모의 인도적 지원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사회주의경제개발 총력 노선)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며 ‘국가관리경험 교류’를 언급했다. 따라서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향후 개혁·개방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 의사를 천명한 것이 북·미 대화 재개에는 일단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과 다양한 채널로 직접 소통이 가능한 중국이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된다면 북·미 협상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 및 북·미 대화 소강상태가 발생해도 중국이 북한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비핵화 협상을 강력히 견인하게 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시 주석의 기고문에는 중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드러나 있다”며 “시 주석이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 해결’을 지지한다고 밝힌 만큼 북한이 비핵화 주장을 바꾸지 않은 채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은 김 위원장이 직접 평양국제공항(순안공항)에 나와 시 주석을 영접하는 것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일정을 감안하면 첫날에 바로 정상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 후 환영 만찬이 이어지고, 만찬 뒤에는 북한이 새로 구성한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를 함께 관람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날엔 북·중 우의탑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