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10대 집단폭행 사망사건 ‘살인죄’ 인정될까

입력 2019-06-19 19:43

흉기 등을 이용한 직접적 살인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폭행을 가하다 사람을 사망하게 했다면 살인죄가 될 수 있을까. 최근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광주 10대 집단폭행 사망 사건’ 가해자들에 대해 경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보내면서 살인죄 인정 기준에 관심이 쏠린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9일 A군(18) 등 4명을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군 등은 지난 9일 광주 북구의 한 원룸에서 피해자 B군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B군을 두 달 동안 상습 폭행하고 물고문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처음에는 폭행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렇게 때리다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가해자 일부의 진술과 부검 결과, 폭행 도구 등을 바탕으로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결과는 같지만, 폭행치사죄와 살인죄의 법정형은 크게 다르다. 폭행치사죄는 3년 이상의 징역, 살인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폭행치사죄는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가중요소를 반영해도 권고형이 최대 징역 5년이다. 반면 살인죄는 가중요소를 반영하면 무기징역까지도 선고가 가능하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애초 살인을 계획하거나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걸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거나 예견했다면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는 게 대법원 판례다. 검찰 관계자는 “광주 사건의 경우 살인죄로 기소할지 여부는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면밀히 봐야 한다”면서 “사망 결과를 예견했다는 점 등이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 사건은 2014년 4월 발생한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다. 재판에서 주범인 이모 병장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최대 쟁점이 됐다. 1심은 이 병장의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윤 일병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예견했음에도 폭행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세월호 참사도 비슷한 사례다. 적극적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선장의 행위를 살인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살인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선장의 막중한 권한을 감안하면 살인의 실행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다”며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폭행의 객관적 강도를 따져보고 그러한 강도로 폭행이 이뤄졌을 때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살인죄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