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의 광폭 행보… 대한항공 “11조 규모 보잉기 30대 도입”

입력 2019-06-20 04:01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보잉787-10 20대, 보잉787-9 10대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참석자들과 함께 보잉787 항공기 모형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산 무니어 보잉 상용기 판매 마케팅 수석 부사장, 캐빈 맥알리스터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조 회장, 존 플뤼거 에어리스 코퍼레이션 사장.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신형 보잉787 30대를 신규 도입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항공기 도입인 동시에 보잉787 ‘드림라이너’의 가장 큰 모델인 B787-10의 국내 첫 도입 결정이기도 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회장에 오른 데 이어 11조원을 들여 항공기 도입에 나선 조 회장의 광폭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18일(현지시간) ‘파리 국제 에어쇼’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조 회장, 캐빈 맥알리스터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존 플뤼거 에어리스 코퍼레이션(ALC)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B787-10 20대 및 B787-9 10대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조 회장은 체결식에서 “연료 효율성이 크게 향상 됐을 뿐 아니라 승객과 화물을 더 수송할 수 있는 B787-10은 B787-9와 함께 대한항공 중·장거리 노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번 계약을 통해 B787-10 10대를 ALC로부터 임대하고 나머지 20대는 구매한다. 리스비용을 포함해 대한항공의 총 투자금액은 11조5000억원 수준이며, 대한항공이 보유한 B787 드림라이너 기단은 기존 B787-9 10대를 포함해 총 40대 규모로 늘어난다. 새로 도입되는 B787 기종은 현재 보유 중인 A330, B777, B747 중 일부 노후 항공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드림라이너 도입은 기종 현대화를 통한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달 초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항공기 현대화와 관련해 “좌석, 서비스 등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회장으로 처음 참가한 에어쇼에서 대형 계약을 이끌어내며 향후 보다 적극적인 사업 행보를 예고했다.

대한항공은 당초 A350 도입도 검토했으나 이 기종이 대한항공이 사용하지 않는 롤스로이스사 단일 엔진을 탑재해 B787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진다. 에어버스 A350과 B787이 항공업계 쌍두마차인 양 사의 차세대 중형항공기로 경쟁 중인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일단 보잉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이번 계약으로 잇단 B737맥스 기종 추락사고로 안전성 타격과 영업난을 겪어온 보잉사 역시 든든한 아군을 얻게 됐다. 미국 CNBC에 따르면 보잉사는 파리에어쇼 개막 첫날 단 한 대의 신규 주문도 받지 못해 총 123대를 수주한 라이벌 에어버스와 비교해 제대로 체면을 구겼지만, 이날 대한항공과의 계약을 비롯해 다국적 항공사 IAG로부터 B737맥스의 대규모 구매의향을 타진받는 등 글로벌 신뢰회복 조짐을 보였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