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같은 분위기 속 상담 “지친 마음 따스해져”

입력 2019-06-20 00:01
이은하 서울장신대 영성치유대학원 교수(왼쪽)가 19일 서울 강서구 심리상담카페 청연에서 내담자를 상담하고 있다.

A씨(33)는 종종 마음이 불안했다. 사람을 쳐다보고 대화하기가 어려웠다. 우울증과 조현병을 앓았던 그는 “사람을 만나면 항상 나와 비교하는 자격지심과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19일 서울 강서구 심리상담카페 ‘청연’을 찾은 그를 카페 대표인 이은하 서울장신대 영성치유대학원 교수가 마주했다. 이 교수는 “마귀는 하나님 모습을 못 보게 하고 세상에 집중하게 한다”며 “사람의 상처 주는 말도 그리스도인의 성장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향이 좋은 커피가 내려지고 있는 카페 창밖으로 대나무가 울창했다.

A씨에게 직장은 서로 밟고 서려 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로 비쳤다.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오해부터 했다. 자존감이 떨어져 있던 그는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이곳에 왔다. 이 교수와 함께 성격유형 검사도구인 에니어그램을 하면서 성실 끈기 열정 섬세함이라는 자신의 장점을 찾았다. A씨는 “예전에는 나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했는데 지금은 나 자신을 알게 됐다”며 “나를 사랑하게 되니 내가 변화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A씨는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심히 기묘하심이라 주께서 하시는 일이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시 139:14)라는 말씀을 암송했다. 그 모습을 기특하게 바라보던 이 교수는 “일반 상담이 사람을 치료해야 할 존재로 본다면 기독교 상담은 바로 보며 세워야 할 존재로 본다”며 “하나님만이 상처 없이 영혼을 치유할 수 있다”고 했다.

상담을 받으며 A씨의 삶은 달라졌다. 회사에서는 기독교인 상사들이 그를 따뜻이 보듬어 주었다. 10년 전부터 꿈꿔왔던 중앙아시아 선교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정환경에서 시작된 억압받는 삶에서 벗어나게 됐다. 상처가 깊었던 그의 동생 역시 이 교수를 만난 뒤 만화가라는 새 꿈을 찾았다.

이 교수는 청년의 상실감에 주목하고 있다. A씨와 같이 교회와 세상 밖의 괴리감을 느끼는 청년이 많다. 세상의 어려움에 관해 물었을 때 교회가 순종만을 강요했던 탓이다. 이 교수는 “많은 청년이 교회 문화를 벗어나 세상 속 자본주의 벽에 부딪혔을 때 절망한다”며 “하나님 사랑을 우리 안에 핵심축으로 삼아 세상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카페는 상담센터나 교회처럼 문턱이 높지 않다. 아무나 들어와 커피 한잔 마시다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세워진 카페는 ‘데이트팝’이라는 데이트 장소 추천 애플리케이션에서 1만8000여회 조회됐고, ‘찜하기’는 1216회나 됐을 정도로 청년과 커플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토요일 저녁에는 이웃과 함께 카페에 모여 영화를 보면서 아팠던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이 교수는 “세상에는 외롭고 지친 사람이 수없이 많다”며 “그들을 따스하게 치유하는 게 살아있는 전도”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