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예충열] 미세먼지 대책은 유가보조금 개선부터

입력 2019-06-20 04:02

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 등 국외에서 온다고 생각하지만 최대 절반 정도는 국내에서 생성된다고 한다. 외부 유입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국제협력도 중요하나 국내 발생원을 줄이는 것도 시급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25%는 자동차가 원인이다. 이 가운데 62%는 화물차에서 발생한다.

미세먼지의 주요 구성원인 질소산화물(NOx)의 경우에는 총배출량 중 48%가 자동차에서 나오고, 이 중 50%는 화물차에서 배출된다. 즉 수도권에서 생성되는 미세먼지의 약 15.2%와 질소산화물의 24%가 화물차가 원인인 셈이다. 따라서 교통부문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차량의 운행관리, 특히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차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유자동차는 유가 및 자동차 정책에 따라 2000년 360만대에서 2019년에는 990만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0년 이상 된 노후차량의 비중도 같은 기간 5%에서 31%로 급증했다. 화물차의 경우 10년 이상 된 차량이 41%나 된다. 즉, 교통부문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유차량, 특히 노후 화물차에 대한 관리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운행이 제한되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269만대다. 4등급 차량까지 더할 경우 399만대에 이른다.

특히 화물차의 경우 택시나 버스와 달리 1997년 이후 차령제한제도가 폐지돼 노후 화물차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01년 이후에는 화물차 운송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유가보조금까지 지급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더 어렵다.

유가보조금제도는 2001년 이후 경유가격을 휘발유의 85% 수준까지 올리면서 운수업 종사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지급단가는 현재의 유류세와 2001년 6월 유류세의 세율 차이를 적용하고 있는데, 2019년 3월 경유 ℓ당 345.5원이었다. 2017년에는 39만3698대에 총 1조8000억원이 지급됐다.

유가보조금은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노후 경유 화물차가 미세먼지를 계속 배출하도록 장려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가보조금 폐지는 운수업 종사자들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내용을 잘 아는 전문가들도 공공연하게 의견 제시하기를 꺼린다. 업종과 차종별 차이가 있지만 일반화물의 경우 유가보조금이 차주 수입에서 평균적으로 28%를 차지하기 때문에 유가보조금이 사라지면 상당히 큰 반발이 예상된다. 또 유가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화물운송 원가가 올라 다른 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고용 및 물가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조세재정연구원은 유가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환경영향 감소 등의 경제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제는 단순히 경제적 득실을 떠나 국민의 호흡권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유가보조금제도의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만성적인 저운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20년부터는 운송원가에 기반한 화물운송 안전운임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의 적정한 운임 보장을 통해 과로, 과속, 과적운행 방지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로, 컨테이너 등 주요 품목에 정부가 운임을 공표, 시행키로 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화물차 유발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첫째, 유가보조금을 차령에 따라 차등 지원한 뒤에 점진적으로 축소한다. 2020년 화물운송 안전운임제가 도입될 때 화물운임 조정과 더불어 노후 정도에 따라 유가보조금 지원을 차등화해 미세먼지 과다 배출 화물차의 퇴출을 유도한다. 둘째, 유가보조금 차등화로 마련되는 재원으로 노후 경유화물차 면허를 구매해 조기 폐차하고, 저공해화를 지원한다. 셋째, 화물자동차 차령제한제도를 복구해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노후차량 운행을 제한한다. 넷째, LPG, 전기, 수소연료 등을 사용하는 친환경화물차의 개발과 구매를 지원한다.

화물운송 안전운임제 시행을 계기로 유가보조금 제도를 개선해 노후 화물자동차의 운행을 관리하면 국내 발생의 도로부문 미세먼지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예충열 한국교통연구원 연구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