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73·사진) 개인전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가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다. 의상 사진 회화 오브제 등 1500여점이 나왔다. 통상의 디자인전이 제품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이번 전시는 디자이너로서 그의 치열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 런던 디자인스튜디오를 전시장에 재현한 것이다. 컴퓨터와 물감, 메모지 등이 작업대 위에 널브러진 스튜디오는 그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훔쳐볼 수 있게 한다.
기업과 협업한 제품도 흥미롭다. 스미스는 1998년 자동차 브랜드 ‘미니’를 비롯해 라이카 카메라, 펭귄 출판사 등 여러 기업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늘로 붕 날 것 같은 무지개색 미니 자동차, 에너지와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에비앙 생수병 등에선 그의 전매특허인 줄무늬 디자인이 마법을 부린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그이지만, 첫 매장은 1970년 런던 노팅엄 뒷골목의 창문도 없는 1평(3.3㎡)도 못 되는 단칸방이었다. 전시장에 재현된 그 방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꿈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8월 25일까지.
글·사진=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