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비핵화 시계 돌려라”… 남북미중 외교전 ‘운명의 열흘’

입력 2019-06-19 04:04

북핵 협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향방을 좌우할 남·북·미·중 간 교차 정상회담이 앞으로 열흘 새 줄줄이 열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20~21일)을 시작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28~29일) 때 한·중, 미·중 정상이 만나고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한해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순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가 비핵화 협상 재개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8일 북·미 대화 재개 조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좋은 징조들이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북·중 소통이 우리가 목표로 하는 비핵화 평화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차 출국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북·미 간) 여러 접촉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북·미 접촉 여부를 언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촉발된 분위기 전환이 대화의 동력으로 작용해 협상 진전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미·중은 완벽하게 일치된 의견을 갖고 있다”며 “세세한 부분에 대해 조금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북·중 대화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외교가에선 지나치게 낙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 주석의 방북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고, 북한의 비핵화 입장이 북·중 정상회담 한 번으로 갑자기 바뀔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그렇다. 설사 중국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유인할 정도의 경제적 보상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해도 미국이 제재 틀을 유지하는 한 현실적으로 보상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은 비핵화 ‘빅딜’을, 중국은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지지하고 있어 근본적 인식차가 크다.

전직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아무 움직임도 없던 상황에서 대화가 시작됐다는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대화의 방향이 비핵화나 북·미 협상을 크게 진전시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대화는 양쪽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시 주석 방북과 관련해 “우리의 목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무부는 특히 “미국은 중국과 더불어 북한의 FFVD라는 공동 목표 달성에 전념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FFVD가 무엇을 수반하는지 공유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에 힘을 실으면서 제재 망을 느슨하게 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권지혜 조성은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