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잇단 충돌… 갈등 뿌리는 ‘기형적 감독체계’

입력 2019-06-19 04:02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감리 결과부터 최근 특별사법경찰, 키코(KIKO·환율 파생상품) 재조사까지 두 기관이 목소리를 달리 한 사안은 수두룩하다. 금융권에서는 갈등의 뿌리에 ‘태생적 차이’가 있다고 본다.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대수술’은 쉽지 않다.

18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를 단속하는 특별사법경찰 집무규칙을 사실상 확정했다. 금융위 의견을 반영해 수정한 집무규칙에는 특법사법경찰의 ‘인지수사 권한’이 빠졌다. 앞서 금감원은 인지수사 권한을 포함한 집무규칙을 입법예고했지만, 금융위에서 “사전 논의 없이 발표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두 기관이 특법사법경찰 예산과 수사 권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사이 특법사법경찰 출범 시기는 계획했던 5월을 훌쩍 넘겼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충돌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한 뒤 두 기관은 크고 작은 신경전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키코 재조사를 놓고 부딪치기도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윤 금감원장이 취임 전부터 강하게 주장해 왔던 키코 재조사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표시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를 놓고도 금감원은 회계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구했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갈등을 빚는 이면에는 ‘구조’ ‘태생’이라는 장벽이 놓여 있다. 금융위는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동시에 금융산업 발전에 무게를 싣는 정부부처다. 반면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감시·감독하는 특수기관이다. 국내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큰 방향성은 같지만 세부 업무방향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감원이 부활시킨 종합검사를 놓고 금융위가 우려를 드러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편한 관계에는 ‘살림살이’ 문제도 엮여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이날 “금융위가 예산권을 갖고 있다보니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 이견이 있더라도 계속 조율하고 협의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금융위가 금감원 예산을 2년 연속 삭감하자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가 예산을 무기로 금감원을 길들이려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해법으로 ‘금융감독체계 수술’을 거론한다. 감독 업무를 하는 기관에 예산·인사 독립권을 줘야 기관의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의견이다.

정홍주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처럼 (금융감독 업무가) 수직적으로 두 개가 있는 곳은 없다. 기형적 구조”라고 말했다. 양채열 전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감독기관이 예산과 인사의 독립성을 갖는 게 국가 차원에서도 좋다”고 했다.

두 기관의 ‘불편한 동거’가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감독 업무가 나눠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국정과제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개편방향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이를 논의할 국회가 사실상 ‘개점휴업’인 데다 추가경정예산안 심의·통과 등 다른 숙제가 산적해 올해도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 교수는 “금융산업 발전과 소비자 보호가 안 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금융감독 기능을 정부에서 떼어내고 감독기관을 하나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임주언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