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목선이 강원도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에까지 떠내려온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해안 경계 시스템이 아닌 민간인 신고로 북한 선박이 발견된 것이다. 삼척항 부두에 도착한 뒤에야 북한 선박이 식별됐기 때문에 ‘정박 귀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군과 경찰, 국가정보원 합동조사 결과 북한 목선이 지난 15일 삼척항에 들어와 정박한 뒤 육지에 올라온 북한 선원과 대화를 나눈 우리 주민이 112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선원은 우리 주민과 만나 “북한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 말투를 쓰는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주민 신고 이후 출동한 해경 경비함정이 북한 선박을 동해항으로 예인했다.
군경은 해안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앞서 군과 경찰은 북한 선원이 삼척항에 배를 댄 뒤 우리 주민과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경계실패 책임을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이를 은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 선원 4명 가운데 2명은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귀환했으며 나머지 2명은 한국에 남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귀환 의사를 밝힌 선원 2명을 오전 10시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인도했다”고 밝혔다. 북으로 돌아간 2명은 30대와 50대 남성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자유 의지에 따라 2명은 귀순 의사를, 2명은 귀환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날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 선박·선원 구조 사실과 송환 계획을 북측에 통보했다. 이때 귀순 의사를 밝힌 이들을 제외하고 2명만 보낸다는 사실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오후 늦게 우리 측에 선원 2명을 데려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부 선원이 귀순하는 것을 두고 북측이 특별한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 통일부는 “오가는 이야기를 일일이 말씀드리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귀순자 2명의 신원과 귀순 이유도 신변 안전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이들이 타고 온 어선은 선장 동의하에 폐기됐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