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시민정치 제동… ‘민주주의위원회’ 설립 시의회서 부결

입력 2019-06-18 21:13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서울시의회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박 시장이 추진하는 시민민주주의 모델이 대의제 기구인 시의회와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인 기획경제위는 전날 박 시장이 발의한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설치 관련 조례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시의원 110명 중 102명이 민주당인 서울시의회에서 같은 당 소속인 서울시장이 발의한 조례를 상임위 전원 일치로 부결시킨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특히 지난 4월 시의회가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설치 근거라고 할 ‘서울시 시민민주주의 기본조례’를 통과시킨 터라 후속 조치 성격의 조례개정안이 부결된 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잦은 조직 개편에 대한 우려, 위원회의 모호한 정체성, 시의원 예산편성권 침해 등이 조례개정안 부결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박 시장과 시의 독주에 대한 시의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이번 건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얘기도 있다.

서울민주주의위원회를 추진해온 쪽에서는 박 시장이 시민들의 시정 직접참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시의회의 역할과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는 시의원들의 반감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시장 직속의 민관협치 기구로 이미 설치된 청년청과 함께 박 시장이 추진해온 시민민주주의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위원회는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 등 1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되고 위원장(3급)은 민간인이 맡는다. 이 위원회는 올해 2000억원의 시 예산 편성과 집행을 담당하게 되며 그 규모를 2022년까지 1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시민들의 시정 참여를 확대하면서 시민들을 대변하는 시의회의 존재 의미와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한 공무원도 “시민참여라는 취지는 좋지만 위원회의 대표성에 대해서 시 내부에서도 의문이 있는 것 같다”면서 “위원회가 설치되면 수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게 되는데 위원회 위원들이 과연 대표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시민들이 정치와 행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향은 확대되고 있어 시의원들이 위원회 설치를 대놓고 반대하긴 어렵다고 본다”면서 “대표성 논란도 투표로 선출된 시장이 자신이 가진 권한 일부를 시민들에게 이양하는 것이라서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얘기했다. 시는 시의회에 조례개정안을 재논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