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ILO 핵심협약 비준 후 상충하는 국내법 개정” 경영계 “국제 관행과 어긋나는 부분도 고쳐야”

입력 2019-06-18 19:05 수정 2019-06-18 21:56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국내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키로 하면서 관련 논의도 뜨거워지고 있다. 노동계는 근로자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핵심협약 비준에 그동안 정부가 미적댔다고 맹공을 날렸다. 반면 경영계는 사용자의 방어권도 국제 기준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맞받았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한국의 현실을 고려해 구체적인 법 개정 방향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과 입법적 쟁점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시점에서 현실적이고 유일한 방안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정면으로 상충하는 법 제도를 먼저 정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9월 정기국회까지 핵심협약 비준안과 그에 상충하는 국내법 개정안을 동시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토론회에서는 핵심협약 비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팽팽하게 맞섰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ILO 핵심협약은 노사정이 세계적으로 합의한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핵심협약을 선(先)비준한 뒤 유예기간 1년 동안 상충하는 국내법을 개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을 순방하면서도 2시간 거리에서 열린 스위스 ILO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정부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일화”라고 꼬집었다.

반면 경영계는 한국의 현실을 강조했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은 세계 꼴찌”라며 “ILO 협약을 비준하려면 국제 관행과 어긋나는 다른 부분들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방어권’ 차원에서 노조의 직장점거 제한과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의 갑론을박에 대해 이 교수는 “경영계나 노동계 모두 핵심협약 비준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앞서 핵심협약을 비준한 일본과 캐나다의 사례를 들며 비준 이후 노사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하거나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뿐 아니라 “한국이 언제까지 ‘노동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춰 수출을 많이 했다’ 이런 얘기를 들을 것이냐”며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일침을 놨다.

토론회에서는 구체적인 법 개정 방안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해고자·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불허하는 규정을 아예 삭제하는 안 등을 제안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 3권에 대해서는 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의 노무제공 방식이 나타나고 있어 경사노위에 업종별 위원회를 설치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