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쑥섬, 그곳엔 별을 닮은 비밀정원이 있다

입력 2019-06-19 18:05
전남 고흥군 봉래면 사양리 쑥섬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왼쪽 선착장의 오른쪽 능선 위에 별 정원이 있고, 그 뒤에 ‘환희의 언덕’이 자리한다. 앞쪽 해안 절벽 위에 성화등대가 우뚝하다.

전남 고흥은 장흥과 여수 사이 남해안으로 뻗은 반도다. 다도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인도 23개, 무인도 147개를 두고 있다. 소록도, 나로도, 거금도 등이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 봉래면 사양리에 위치한 애도(艾島)가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쑥 애’자를 쓰는 애도는 ‘쑥섬’으로 통한다. 한국관광공사 선정 ‘대한민국 가고 싶은 섬 33’에 2016년과 2017년 연속 올랐고, ‘전남 1호 민간정원’으로 등재됐다. 작고 아담하지만, 볼거리가 가득해 천천히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섬 속의 섬’이어서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나로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선착장에 내려 마을 입구에 닿으면 정자에서 마을 주민들이 갖가지 특산품을 팔며 탐방객들을 반긴다. 탐방코스를 따라 갈매기 모양의 커다란 카페 옆 계단을 올라서면 울창한 숲이 기다린다. 약 400년 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원시림이다. 난대성 식물인 팽나무, 푸조나무, 후박나무 등이 어우러져 시원한 그늘을 내놓는다.

하얀 돌길 사이에 꽃양귀비 등 원색을 띤 400여 종의 다양한 꽃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별 정원.

이곳을 지나면 ‘환희의 언덕’이다. 하얀 구름이 떠 있는 파란 하늘과 함께 탁 트인 바다 위로 기암괴석이 눈앞에 펼쳐진다. 쑥섬의 대표적인 뷰 포인트다. 이어 섬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비밀정원인 ‘별 정원’이다. 별 모양을 한 별 정원은 김상현(교사)·고채훈(약사)부부가 마을을 살리기 위해 조성한 꽃밭이다. 400여 종의 다양한 꽃과 일출·일몰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내놓는다. 꽃양귀비, 금계국, 수레국화 등 원색의 야생화가 화려한 자태를 자랑한다.

별정원을 지나면 ‘문학정원&인연정원’이다. 섬이나 꽃 관련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팻말에 담고 쑥섬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팻말에 담아서 만들어 가는 정원이라고 한다.

쑥섬 정상 팻말.

이어지는 탐방로에서는 ‘쑥섬 해발 83m. 에베레스트, 백두산, 한라산과 별 차이가 없군요’란 정상 팻말이 웃음을 자아낸다. 잠시 후 신선대와 성화등대로 향하는 팻말이 보인다.

계단형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푸른 바다 위로 2000년 전반기에 만들어진 성화등대가 우뚝하다. 등대 왼쪽으로 내려가면 쑥섬 뒤편의 해안 절경인 신선대와 다도해 풍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신선대는 하늘의 신선이 내려와서 바둑을 두고 거문고를 타며 놀다간 자리라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으로, 거대한 수직의 기암이 장엄한 경관을 보여준다. 성화등대를 뒤로 하고 ‘우끄터리 쌍우물’을 지나면 마을로 돌아온다.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담장 위 고양이.

쑥섬에 개는 없고, 고양이만 남아 있다. 면적이 17만7000㎡로 축구장(7140㎡)보다 25배 넓은 섬에 15가구 25명이 사는데 고양이는 40마리가 넘는다. 길을 걷다 보면 담장 위에서 잠시 졸고 있던 고양이는 탐방객들의 등장에 잠을 깨 슬그머니 사라진다.

여행메모

나로항에서 350m… 배 타고 4분쯤 소요
녹동항에 생선구이·장어탕 등 맛집 즐비


쑥섬은 고흥반도에서도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어 고흥에 들어선 뒤에도 제법 시간이 걸린다. 15번 국도를 타고 내나로도를 거쳐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항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한다.

배는 12인승 ‘쑥섬호’로,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9번쯤 왕복한다. 뱃삯은 쑥섬 입장료 5000원을 포함해 모두 7000원이다. 나올 때는 따로 지불할 필요가 없다. 선착장에서 섬까지가 직선거리로 350m. 배로 4분가량 걸린다.

마을 사이로 이어지는 쑥섬 ‘사랑의 돌담길’.

맛집이 몰려 있는 녹동항에는 생선구이백반과 장어를 통째로 넣은 장어탕 등을 내놓는 식당들이 많다. 마복산 아래 포두면 목재문화체험장에서 전통한옥 체험을 할 수 있다.

외나로도에 있는 봉래산을 올라도 좋다. 정상에 올라가면 봉화대가 있고 다도해의 수려한 경관과 인근 화정면 선죽도를 가까이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약 3만 그루의 삼나무와 편백 숲이 유명하고, 소사나무·고로쇠나무·소나무가 많다.

고흥=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