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평일에도 문 열 때 소통 공간”

입력 2019-06-19 00:03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지역의 교회 공간이 갖는 의미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평일에 문이 닫혀 있는 교회가 많다. 이웃과 소통하며 복음을 전해야 함에도 그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도시건축 에세이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의 저자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교회가 문을 열면 지역 사회에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권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문화법인(이사장 조건회 목사)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개최한 문화목회 간담회 ‘허브’에서다.

유 교수는 1970년대 한국교회 부흥의 이유를 도시화에서 찾았다. 그는 “선배들은 상가교회로 시민들의 삶 속에 녹아들었다”며 “그 교회 주변으로 신도시가 생겨나며 상가교회가 대형교회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시화가 91%까지 진행된 오늘날엔 그때와 같은 대형교회가 생겨나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도시 환경이 바뀐 오늘날, 건축학에서 볼 때 교회 공간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우선 누구나 초대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일례로 미국 뉴욕 맨해튼은 타임스스퀘어나 브라이언트파크 등 큰 공원 사이의 평균 거리가 1.04㎞이지만 서울은 4.02㎞로 4배 정도 차이가 난다. 서울에선 시민들이 쉴 공간이 부족하자 커피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유 교수는 “일주일 중 주일만 문을 여는 교회 공간이 얼마나 아까운가”라며 “교회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쉴 곳이 없는 이들에게 방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건설사가 만드는 획일화된 아파트가 도시를 점령했다. 획일화는 나만의 가치를 상실케 하고 자존감을 잃게 한다. 이에 시민들은 다양성을 갈구하고 있다. 유 교수는 이런 갈급함을 교회가 놓치지 말고 지역적 특수성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노숙인이 많은 곳에는 샤워실을, 도심 한가운데는 도서관을 잘 갖춘 교회를 만들면 좋겠다”며 “건축 공간을 통해 믿지 않는 사람이 먹고사는 일 외의 영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함께 발제한 오동섭 미와십자가교회 목사는 “바울의 셋방이 하나님의 공간이 됐다는 것을 떠올려 보자”며 “사랑하는 마음 가운데 환대의 공간을 만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자”고 권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