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의 역성장과 함께 수익성, 안정성도 동반 하락했다. 수출을 주도해 오던 반도체의 업황 악화, 서민경제 핵심 업종인 건설업의 부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외부감사를 받는 국내 기업(외감기업) 1만7200곳 가운데 3333곳의 재무제표를 표본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18일 밝혔다. 1분기 모든 산업에서의 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4%로 2016년 3분기(-4.8%)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제조업(-3.7%)에서는 기계·전기전자(-9.0%) 업종이, 비제조업(-0.7%)에서는 건설(-6.0%) 업종이 매출 감소세를 주도했다.
한은은 표본 조사임을 전제로 하면서도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수익성 지표의 대표 격인 영업이익률은 1분기 5.3%로 전년 동기(7.5%)보다 2% 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영업이익률은 제조업과 비제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모두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 제품 가격이 하락했고, 한국전력공사 등 전력 공급 업체의 영업손실이 확대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 부진하면서 체질은 더욱 나빠졌다. 기업들의 1분기 부채비율은 86.7%로 전분기(82.1%)보다 높아졌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21.8%에서 22.8%로 소폭 올랐다. 한은은 “리스회계 기준 변경에 따라 도매 및 소매업, 운수업을 중심으로 부채비율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기존 재무상태표에서 부채로 인식하지 않던 운용리스료가 부채로 인식된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 다수는 연초부터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장기화된 미·중 무역분쟁은 반도체 사이클의 회복 동력을 제한하고, 중국인 관광객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