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일부 불이행을 예고했던 이란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란은 JCPOA에 나타난 저농축우라늄 보유 한도를 열흘 뒤에 깨겠다고 선언했다. 핵무기 개발 활동으로 간주되는 고농축우라늄 생산 가능성도 거론했다. JCPOA 파기 이후 1년 넘게 복지부동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베흐루즈 카말반디 원자력청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이란 중남부 아라크 원자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JCPOA가 규정한 저농축우라늄(3.67%) 보유 한도 300㎏를 열흘 뒤인 오는 27일 넘어서게 될 것”이라며 “나탄즈 단지에서 진행 중인 우라늄 농축 작업 속도도 4배 늘렸다”고 밝혔다.
이란은 2015년 JCPOA에서 3.67%의 저농축우라늄과 중수를 각각 300㎏, 130t 넘게 보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재개한 지 1년 만에 이를 더 이상 준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의 고농축우라늄 생산 가능성도 언급했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20%의 고농축우라늄을 언제, 얼마만큼 생산할지는 최고국가안보회의가 결정할 것”이라며 “고농축우라늄 생산능력은 지금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2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을 중수로에서 태운 뒤 재처리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이란이 이 단계로 접어들면 핵개발을 재개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다만 카말반디 대변인은 JCPOA의 틀 자체를 깰 생각은 없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JCPOA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JCPOA는 상대측이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이란 역시 대응조치 차원에서 핵개발을 재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럽에 기회가 남아 있다”며 “유럽이 JCPOA를 지키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