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저녁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으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이들은 ‘반송중(返送中·범죄인 중국 송환 반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한 줄로 늘어섰다. 국내에 거주하는 홍콩인들이 고향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집회였다. 참가자 40여명은 2시간쯤 침묵 시위를 벌인 뒤 인근 공원까지 행진했다.
홍콩 출신 직장인과 유학생으로 구성된 ‘재한 홍콩인 반송중 응원행동’이 서울 시내에서 홍콩의 범죄인 중국 인도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하얀 국화와 리본을 검은 상의 왼편에 꽂고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집회에 참가한다. 마스크 착용은 경찰이 쏘는 최루탄 가스를 마시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는 홍콩 현지 시위자와 연대한다는 의미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집회를 준비한 장카렌(31·여)씨는 “한국인들에게 사건을 알리기 위해 자비로 피켓을 제작하고 집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홍콩인들에겐 한국의 민주화 역사가 저항의 동력이 되고 있다. 장씨는 “한국인들이 5·18 광주민주화 운동으로 민주화를 이뤄낸 것처럼 홍콩도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 4년차인 직장인 신디(30·여)씨도 “촛불집회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하고 결국 원하는 바를 이뤄낸 한국인들이 부러웠다”며 “점점 자유가 사라지고 있는 홍콩이지만 이번엔 시민의 목소리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많은 한국인이 집회를 지켜봤다. 신디씨는 “어제도 한 한국 분이 과일과 과자를 두 손 가득 전해 주셨다”며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한국인들이 홍콩 상황을 더 잘 이해해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