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선봉 윤석열, 서울지검장부터 검찰총장까지 연속 파격 인사

입력 2019-06-17 18:39 수정 2019-06-17 22:08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자로 발탁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사진) 지명자의 이력은 역전과 파격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정부에서 좌천됐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 전격 합류하면서 ‘적폐청산’의 선봉에 섰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르는 파격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2년 만에 고검장을 건너뛰고 검사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는 첫 사례가 됐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윤 지명자는 1991년 무려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94년 서른네 살 늦깎이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대표적 ‘특수통’ 검사로 활약하며 대검찰청 중수2과장과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다 채동욱 검찰총장 시절인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면서 정권과 검찰 수뇌부와 정면으로 부닥쳤다. 윤 지명자는 그해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 수뇌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소신 발언도 이때 나왔다. 윤 지명자는 이후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대구고검 검사, 대전고검 검사 등으로 좌천돼 한직을 전전했지만, 동시에 정면돌파하는 강골 검사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윤 지명자는 2016년 12월 국정농단 특검에 합류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박영수 특검에서 ‘주포’로 활약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구속하는 등 수사를 이끌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뒤 대전고검 검사였던 윤 지명자는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른 이후 국정농단뿐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법농단 의혹에 이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등까지 굵직한 수사를 이끌어 왔다. ‘적폐청산’ 수사 마무리라는 대통령의 주문을 충실히 수행한 셈이다.

윤 지명자는 이번에도 같은 임무를 띠고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인물이 됐다. MB정부 시절 한상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발탁된 것과도 비교된다. 당시 한 전 총장은 고검장급 인사여서 윤 지명자와 다소 다르지만, 수사 책임자로 있다가 바로 검찰 수장에 올랐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다만 검찰 수장 자리를 앞둔 그가 검찰 개혁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현 정권에서 추진하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에 대해 윤 지명자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