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을 달성한 정정용호는 마지막까지 ‘원팀’이었다. 정정용 감독은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살뜰하게 챙겼고, 선수들은 한데 모여 그런 감독을 하늘 높이 들어 준우승의 아쉬움을 달랬다. 대회 기간 내내 자유로웠던 선수단 분위기가 17일 입국 및 환영 행사에서도 그대로 묻어나 바라보는 팬과 시민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U-20 대표팀 환영식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었다. 남자 축구 첫 FIFA 주관 대회 준우승을 달성한 선수들을 보기 위해 평일 더운 날씨에도 750여명(주최측 추산)의 팬과 시민들이 모였다. 태극기를 두르거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찾아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은메달을 목에 걸고 ‘PRIDE OF ASIA(아시아의 자존심)’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태극전사들이 한 명씩 단상에 나와 인사하자 환호와 갈채가 이어졌다.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이 등장했을 때는 요란한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이강인은 쑥스럽게 웃은 뒤 양손을 흔들었다. 마지막으로 정 감독이 걸어 나올 때는 팬들뿐 아니라 선수들도 박수로 맞이했다.
21명의 선수들은 팬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낸 질문에 답하며 소통했다. 김현우는 결승전에서 옐로카드를 꺼내는 심판에 보였던 애교를 재현하기도 했다. 이강인은 친누나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동료를 묻는 질문에 “솔직히 아무도 소개시켜주고 싶지 않다”며 “꼭 해야 한다면 (엄)원상이형과 (전)세진이형을 해주고 싶다. 그나마 정상인 형들이다”고 답해 폭소가 터졌다.
정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에 이어 준우승에 그쳐 헹가래를 못 받았다”고 아쉬워하자 주장 황태현이 즉석 헹가래를 제안해 훈훈한 장면도 연출했다. 제자들은 스승을 단상 앞으로 데려와 하늘 위로 세 차례 들어올렸다. 정 감독은 감독과 선수들만 너무 부각된다며 코치들에게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팬들은 대표팀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6세 아들의 손을 잡고 아내와 함께 광장을 찾은 이참일(35)씨는 “세네갈전에서 보여준 포기 않는 열정이 멋졌다. 젊은 선수들이 즐기며 뛰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K리거 조영욱과 전세진의 팬인 강지우(26·여)·김유림(25·여)씨는 “새벽에도 월드컵 경기를 챙겨봤다”며 “K리그 유망주들이 대표팀에서도 잘해줘 뿌듯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대표팀에 대한 성원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일에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수백여명이 몰려 선수들을 환영했다.
정 감독은 입국 인터뷰에서 “아쉽게 우승을 못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며 “앞으로도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결승전 패배에 대해서는 “갑자기 골을 빨리 넣은데다 (4강, 8강전 등)앞선 경기와 달리 경기시간이 당겨지면서 날씨가 너무 더웠다”며 “이런 요소를 인지하고 준비했더라면 더 좋았겠다”고 회상했다. 또 결과들 둘러싼 비판과 관련해 자신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축구팬이라면 당연히 (경기력과 선수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있겠지만, 선수들이 아직 어려 심리적으로 불안한 만큼 지도자인 제게 건전한 비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골든볼 수상자 이강인은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에 “눈부시다”며 미소를 보였다. 이강인은 “우승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며 “좋은 경험이자 추억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후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골든볼을 받은 기분에 대해서도 “경기에 지고 나서 받은 상황이라 기쁘지 않았다”며 “골든볼은 동료들이 잘해줘서 받은 것이다. 저 혼자가 아니라 모두의 상”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번 대회 연이은 선방으로 ‘빛광연’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광연은 별명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광연은 “제 별명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는데 귀국해서 들어보니 뿌듯하다”며 “모두가 저를 도왔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에콰도르전에서 한 점차로 이기고 있었는데 실점해 연장으로 가면 힘들어지는 상황이었다”며 “에콰도르전 종료 직전 선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이현우 기자, 방극렬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