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출현을 위해 ‘스몰 라이선스’ 도입을 추진한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으로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하는 ‘플랫폼 경제’ 시대에 맞게끔 금융업 인허가를 잘게 쪼개 문턱을 낮추는 규제 완화다.
금융위원회와 자본시장연구원, 핀테크지원센터는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글로벌 핀테크 규제환경 분석과 개선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축사에서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을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인 맞춤형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스몰 라이선스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수개월 안에 추진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세미나에선 규제 완화 요청이 잇따랐다.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는 “가치사슬 경제(생산 단계별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경제)와 플랫폼 경제의 모델을 구분해서 규제 적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경제 체제에서는 생산 단계별 행위자가 가치사슬 경제처럼 분리돼 있지 않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조영서 신한금융지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은 “핀테크 기업들이 플랫폼화됐을 때 다른 금융회사의 상품을 자유롭게 연계해 붙일 수 있어야 한다”며 핀테크 스타트업 ‘몬조’를 비교사례로 제시했다. 영국의 인터넷은행 몬조는 플랫폼만 가지고 있다. 모든 금융서비스와 상품은 제휴를 맺은 외부 업체가 제공한다.
발제자로 나선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몰 라이선스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고 기존 금융업에 대한 정의, 인허가 금융업 범위, 인허가 등록 요건의 합리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핀테크 기업이 늘면서 금융업이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금융업인지를 가늠하는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명확하게 금융업 경계를 설정하고 인허가를 내주는 범위도 새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 육성 위해 ‘스몰 라이선스’ 추진
입력 2019-06-17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