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혁신을 앞세운 혼란 책임져야”

입력 2019-06-17 20:37
팀 쿡 애플 CEO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 학위수여식에서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향해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쓴소리를 날렸다.

쿡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 학위수여식에 연사로 참석해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들은 그들이 혁신이라고 내세웠던 것들이 가져온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정 기업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페이스북, 테라노스 등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기업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쿡은 “최근 들어 책임감이 없어도 신용을 쌓을 수 있다는 믿음이 실리콘밸리에 번지고 있다”면서 “이는 고귀한 혁신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데이터 유출, 개인정보 보호 위반, 혐오 발언, 소통을 오염시키는 가짜뉴스 등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미 의회 청문회에 불려 나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경쟁사를 향해 일침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 쿡은 “피 한 방울로 거짓 신화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목격했다”면서 테라노스를 비판했다. 바이오벤처 스타트업 테라노스는 손가락 끝에서 나오는 피 한 방울만 있으면 모든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큰 주목을 받았었다. CEO인 엘리자베스 홈즈는 ‘제2의 스티브 잡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 기술이 사기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도덕적 해이 사례로 비난을 받고 있다.

쿡은 “많은 이들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일에 나쁜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실리콘밸리의 안일한 자세를 비판했다.

그는 “싫든 좋든 당신이 만든 것이 당신을 정의한다”면서 “당신이 혼돈의 공장을 만들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쿡은 애플의 경우 프라이버시(사생활) 보호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제품 기능들로 경쟁사들에 맞서고 있다며 자사의 데이터 보호 정책을 은근히 홍보하기도 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