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하노이 회담 목표는 미국에게 ‘핵보유국 인정받는 것’

입력 2019-06-17 18:44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북한군 장성 및 장교용 교육자료 ‘강습제강’ 문건 표지. 지난해 11월 노동당 출판사가 발간한 것으로 표기돼 있다. VOA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북·미 정상회담에 응했다는 내용의 공식 문건이 북한군 내에 비밀리에 유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건만 놓고 보면 김 위원장이 남측과 미국에 공언해온 비핵화와는 완전히 상충된다. 다만 군부가 비핵화 협상에 반발하지 않도록 달래는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고, 문건의 진위도 논란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의 노동당 출판사가 고위 장교 교육 목적으로 제작한 대외비 문건 ‘강습제강’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은 2차 북·미 정상회담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발간됐으며 12월 둘째 주까지 대대급 이상 부대에서 특별강습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담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한군 주요 지휘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우리에게서 핵무기를 빼앗아내려고 다음 단계의 협상을 하자고 수작을 걸어왔다”며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 대통령과 최후의 핵 담판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 담판의 결과가 무엇이든 우리가 만난신고를 다 극복하면서 만들어낸 핵무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세계적인 핵 전략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최후의 결과를 얻기 위한 첫걸음임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강습제강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부분. VOA 홈페이지 캡처

VOA에 따르면 이 문건은 비핵화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이 ‘세계적인 핵 전략 국가’가 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북·미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가지고 세계를 지배하고 우리 인민을 수십 년간 괴롭혀온 미국의 사죄와 보상을 받아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직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인 탈북자 리정호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강습제강은) 말 그대로 노동당, 더 나아가 김정은의 사상과 정책이 반영된 핵심적인 제강”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17일 “몇 가지 의혹이 있어 진짜 문건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문건의 진위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나에게 잘 대해줬지만 언젠가는 바뀔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나도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지금 당장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아주 부자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도 그 사실을 안다”며 “이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은 비핵화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터프하면서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를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두 장관은 이달 말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등에 대해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번 통화는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은 이상헌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