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전격 인하? 지나친 기대는 금물

입력 2019-06-17 19:07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를 앞둔 17일 “시장이 기대하는 연내 3차례 미국 기준금리 인하,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전망은 과도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18~19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전격적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이달 말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향후 미·중 무역분쟁에 좌우되는 ‘조건부 인하’가 될 가능성에 비중을 둔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연준에 실망할 수도 있다” “높은 기대는 금물이다”는 보고서가 다수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연준이 ‘적절한 수단’을 동원할 개연성이 크지만, 바로 이달 FOMC에서 본격적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게 본다. 오는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출정식, 오는 29일 G20 정상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4일 ‘적절한 대응’이라는 말로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해외 투자은행(IB) 모두가 들떠 있는 건 아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커지는 것은 잘못”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지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기준금리 인하가 곧 단행된다는 암시가 아니라, FOMC가 무역전쟁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기준금리의 연내 동결을 예상한다.

기준금리 인하가 증시 활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금융회사들의 일반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분석들이다. 갑작스럽게 신중론이 대두한 배경에는 옅어지는 미국 경기침체 신호가 있다. 경기가 확장 국면일 때엔 기준금리 인하의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달 산업생산·소매판매는 호조로 나타났고, 2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1.5%에서 2.1%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연준은 베이지북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를 ‘미약에서 완만 확장’에서 ‘완만한 확장’으로 되레 높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전문가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연준의 다음 정책을 기준금리 완화로 예상했다. 다만 이달 중에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비중은 4.3%에 불과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연준 위원들의 생각이 연내 3회 인하를 바라보는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실망감이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주식시장도 상당 부분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관측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