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친박근혜계 중진인 홍문종(4선·경기 의정부을) 의원이 태극기 세력을 대변하는 대한애국당 합류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 의원을 공동대표로 한 ‘태극기 세력 통합신당’ 구상까지 밝힌 애국당이 과거 18대 총선을 앞두고 의석 1석으로 시작해 14석을 얻고 한나라당(한국당 전신)과 합당했던 ‘친박연대’의 재연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태극기 신당이 친박연대만큼의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홍 의원은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태극기 세력을 아우르는 당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조원진 애국당 대표가 당을 정리하고 태극기 세력이 힘을 합친 가칭 ‘신(新)공화당’을 만들 때쯤 한국당을 탈당하고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애국당 핵심 관계자도 “17일 당명개정추진위원회가 구성돼 개정 논의를 시작하면 이달 안에는 당명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애국당을 중심으로 태극기 세력이 연합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의 애국당 합류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내에서 거론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 현역 물갈이론과 관련이 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 공천 룰을 정비하고 있는 신상진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탄핵 책임론을 거론하며 최대 50% 가까이 현역 의원이 교체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 주변에서는 총선을 겨냥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친박 이미지가 강하고 사학재단 관련 재판이 걸려 있는 홍 의원이 인적 쇄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다만 홍 의원은 지난 15일 태극기 집회에서 “제가 공천 못 받을까봐 (한국당을) 나간다는데 (그런 말에) 굴하지 말라”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홍 의원을 합류시키며 태극기 통합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는 애국당의 행보가 친박연대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박연대는 18대 총선 7개월 전인 2007년 9월 ‘참주인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창당될 때만 해도 ‘1석 정당’에 불과했지만 친이명박계가 주도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합류하고 당명을 친박연대로 변경한 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14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친박연대는 총선 2년 후인 2010년 한나라당과 합당했다. 조원진 대표와 이규택 최고위원 등 현재 애국당 지도부도 당시 친박연대 소속이었다.
다만 홍 의원 탈당이 한국당 내 친박계의 ‘탈당 러시’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태극기 세력으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도 탈당설을 일축하며 홍 의원의 행보와 거리를 둬 왔다. 당 관계자는 “2008년에는 박 전 대통령의 대중적 지지세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친박이라는 이름을 걸고 당선될 수 있었지만 내년 총선에서 ‘박근혜 마케팅’이 먹힐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일부 인사들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유지하려고 보수를 분열시키고 여권이 좋아할 일을 벌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종선 이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