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더불어민주당 ‘3·1운동·임시정부 100주년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종걸(62)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시정부가 꿈꾼 대한민국의 독립에 ‘분단 독립’이란 것은 없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직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 분단 극복이 마지막 남은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임정 100주년의 의미에 대해 “100년 전 임정 인사들이 가졌던 생각은 지금도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길”이라며 “지난 100년의 역사를 잘 돌아보고 앞으로의 새로운 100년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정 100주년 기념 사업은 남북 공동 추진 사업에 큰 의미가 있었는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상황이 매우 아쉽게 됐다”며 “하지만 언제든 상황이 개선되면 북한과 함께 추진할 사업이 많다”고 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임정 100주년은 어떤 의미가 있나.
“지난 100년의 역사가 오늘날의 우리를 만들었다. 1919년 3·1운동으로 나타난 민족적 운동은 임정 건립으로 이어졌다. 3·1운동의 정신을 잘 받들어 임정이라는 새로운 체제가 만들어졌다. 당시 우리 민족을 대표하셨던 분들의 생각이 임정에 담겼고, 임정의 정신은 지금도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길이 되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임정이 꿈꿨던 나라의 모습과 얼마나 가까운가.
“임정의 목표는 국토의 완전한 회복이었다. 분단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선조들은 강대국들의 대립 속에서 양쪽을 분할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했다. 대한민국의 독립에 ‘분단 독립’이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임정의 정신은 평화이자 통일이다. 임정 100년에 흐르는 이념은 ‘하나의 조국’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하나의 조국으로 독립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분단 극복이 마지막 남은 과제다.”
-지난 100년의 역사에 대한 평가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여러 선택의 기회가 있었다. 그 선택들이 잘한 선택이냐, 잘못한 선택이냐는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하고 싶지 않다. 다만 역사를 돌아볼 때 ‘임정을 세운 이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다. 100년을 시작할 때의 역사와 100년이 지난 현재의 역사를 비교해보면서 어떤 차이가 왜 났는지를 잘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 차이를 지혜롭게 줄이고, 현실의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면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
-임정은 처음으로 민주공화제를 천명했는데 지금의 정치체제는 이를 잘 실현하고 있나.
“지금의 대통령제는 임정 건립 정신인 민주공화국의 틀에 미국식 정치체제가 혼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이 분단체제를 극복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대통령제를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난 역사 속에서 대통령제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었다. 평화가 전제된다면 앞으로의 100년을 설계하면서 새로운 민주공화제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정은 복지국가를 지향했는데 지금의 경제체제는 어떤가.
“임정의 임시헌장 10조를 보면 경제민주주의 틀을 갖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정신은 헌법 119조의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임시헌장에는 토지 국유화 내용까지 담겼는데, 이후 시장경제적 자유주의 요소들과 어우러지면서 적절한 수준의 경제민주주의 내용이 지금의 헌법에 담겼다.”
-민주당 3·1운동·임시정부 100주년 특별위원장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특위 활동은 올해 종료된다. 하지만 올해 활동을 토대로 내년에는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의 ‘전승 100주년’ 활동도 해보고 싶다. 올해든 내년이든 언제든지 남북 관계가 풀리면 100주년에 맞는 상징적인 역사 재현과 재회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북한과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하나.
“남과 북에는 독립운동가를 양성해낸 학교가 많다. 평안북도의 오산학교가 대표적이다. 일제 강점기에 같은 학교를 나왔지만 남과 북으로 나뉘어 살고 있는 졸업생들이 있다. 그래서 남북의 졸업생들이 함께 모교를 방문하는 행사를 기획했는데 아직 못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의 100년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지난 100년의 평가와 학습을 통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 선조들이 임정을 통해 생각했던 하나의 조국과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첫 번째 목표는 평화다. 평화로 향하기 위해서는 통일이 돼야 한다. 이것이 새로운 100년의 목표다. 당 차원에서도 ‘한반도 새 100년 위원회’를 출범해 새로운 100년을 고민하고 있다.”
김판 심희정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