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셨나요, 황금세대… 이젠 ‘Again 2019!’

입력 2019-06-16 19:26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 대표팀이 16일(한국시간) 폴란드 우츠에서 막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사상 첫 준우승을 차지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은 이날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1대 3으로 아쉽게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AP뉴시스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성과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한 ‘정정용호’는 당초 기대를 모으지 못했지만 결과를 통해 스스로 황금세대임을 입증한 팀이다. 목표로 했던 ‘어게인(Again) 1983’을 넘어 ‘어게인(Again) 2019’의 출발점으로 우뚝 섰다.

정정용 감독은 지난달 2일 U-20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4강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큰 반향을 얻진 못했다. 지난 2월 개최지 폴란드에서 열린 조추점에서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남아공과 함께 F조에 편성돼 조별리그 통과가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강력한 우승 후보가 2팀이나 있는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대회 개막 전 암초도 맞닥뜨렸다. 유럽 전지훈련을 통해 발을 맞추며 대회를 준비했던 정우영(바이에른 뮌헨)의 합류가 개막 12일 전 불발된 것이다. 구단을 직접 찾아 합류 약속을 받아냈던 정 감독으로선 뜻하지 않은 돌발 상황이었다. 이강인(발렌시아)과 함께 해외파 핵심 공격 자원으로 생각됐던 정우영이 빠지면서 수비수 이규혁(제주)을 대신 선발했다. 국내에서 열린 데다 이승우(베로나), 백승호(지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2년 전 대회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조별리그 첫 상대 포르투갈전 패배는 대표팀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웠다. 하지만 선발 3명을 교체하고 임한 남아공과의 2차전이 전환점이 됐다. 정 감독 역시 조별리그에서 가장 힘들었던 경기를 남아공과의 경기로 꼽을 만큼 대표팀으로선 중요한 일전이었다. 이후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최종전마저 승리하면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회 전 16강 진출을 위해선 “승점 4점은 필요하다”는 정 감독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이었다.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의 정정용(왼쪽) 감독이 16일(한국시간) U-20 월드컵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패한 후 아쉬워하는 이재익을 다독이고 있다. AP뉴시스

토너먼트 첫 경기 한·일전은 대표팀에 대한 기대와 팀 내 사기를 끌어올린 한판이었다. 전·후반 90분, 연장 30분간의 혈투를 치른 끝에 승리한 8강 세네갈전은 U-20 대표팀을 넘어 한국 축구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승부로 남았다.

대표팀의 성과는 이강인이라는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의 활약에 크게 빚졌지만 특정인의 활약에만 기댄 것은 아니어서 더욱 값지다. 단적으로 한국이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결승까지 7경기를 치르는 동안 기록한 9골의 주인공은 다양했다. 이강인, 오세훈(아산), 조영욱(서울)이 각 2골씩을 넣은 것을 비롯해 김현우(자그레브), 이지솔(대전), 최준(연세대)이 1골씩을 터뜨렸다. 골을 넣은 조영욱, 전세진(수원)이 K리그1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2부리그와 대학에서 뛰는 선수들도 본인의 가치를 입증했다. ‘골짜기 세대’라는 말까지 들었던 이들이지만 대회를 거듭하면서 황금세대로 진화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