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0년 뒤 장담 못해… 수성 넘어 창업 각오로 도전해야”

입력 2019-06-16 19:1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요 사업 부문 대표와 잇달아 만나며 경영 현안 챙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14일 IT·모바일(IM) 부문 사장단과 만나 글로벌 전략회의 결과를 보고 받고 첨단 선행 기술과 신규 서비스 개발 등 차별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면서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守城)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하라”고 주문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반사이익을 얻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라도 거기에 머물지 말고 갤럭시 폴드 등 새로운 사업을 성공시켜 ‘초격차’를 유지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늦어도 7월 중에는 갤럭시 폴드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반면 화웨이는 6월 출시 예정이었던 폴더블폰 메이트X를 9월 이후에나 시장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5G 이후의 6G 이동통신, 블록체인, 차세대 인공지능(AI) 서비스 현황과 전망은 물론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 방안도 논의됐다. 회의에는 IM부문장 고동진 사장, 경영지원실장 노희찬 사장,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노태문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13일에는 반도체·부품(DS) 부문 경영진과 다시 만나 반도체 시장 상황을 재점검했다. 지난 1일 DS 경영진과 만난 이후 2주 만에 다시 경영진을 소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투자 집행 계획을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요 사업 부문 경영진을 직접 만나는 자리를 늘리는 것은 최근 대외 환경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걸쳐 침체가 올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선제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노골적으로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두 나라 주요 기업을 모두 고객으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정교한 위기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17일에는 삼성전기를 방문해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5G 이동통신 모듈 등 신사업 투자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이 필요로 하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제품이다. 스마트폰, TV,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된다. 삼성전기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MLCC를 꼽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단과 다른 계열사 경영진과도 조만간 간담회를 통해 투자와 사업 계획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