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3개국 순방을 통해 남·북·미 3자 정상외교 재가동을 공식화했다. 특히 북한을 향해 “대화 상대방을 믿으라”며 국제사회의 뿌리 깊은 대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장기간 소요되는 비핵화 협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북한이 매 협상마다 일희일비하는 널뛰기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3국 순방을 마치고 16일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핀란드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조만간 남·북·미 3자 간 교차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12일 노르웨이 오슬로 포럼에서는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전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3자 간 정상외교가 재가동 수순을 밟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리고 15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신뢰’를 주제로 가진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는 북한에 적극적인 신뢰 구축 조치를 요구했다. 남북 주민 간 신뢰, 대화·협상에 대한 신뢰, 국제사회의 대북 신뢰 구축의 3단계 신뢰 제고 방안이다. 문 대통령은 우선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중단, 남북 도로·철도 연결, 접경지역 어업활동 재개 등을 언급하며 “이런 평범한 평화가 지속적으로 쌓이면 적대는 사라지고 남과 북의 국민들 모두 평화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대화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는 평화로운 방법으로만 실현될 수 있다”며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도 핵무기가 아닌 대화”라고 말했다. 특히 “서로의 체제는 존중돼야 하고, 보장받아야 한다”며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협상 파트너인 미국의 체제보장 약속을 믿고 대화의 길로 나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신뢰하고, 대화 상대방을 신뢰해야 한다”며 “신뢰는 상호적이어야 하고, 그것이 대화의 전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내 보수층을 상대로는 “한국 국민들도 북한과의 대화를 신뢰해야 한다”며 “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평화를 더디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신뢰 확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우발적인 충돌과 핵무장에 대한 세계인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기 위해서는 이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시급하다고 봤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국제사회는 북한이 진정으로 노력하면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이다. 제재 해제는 물론 북한의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을 향해 핵보다는 비핵화 의지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게 훨씬 더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북한의 화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귀국에 앞서 SNS에 “순방의 성과가 한반도 평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썼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