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ING그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하향 조정했다. ING그룹은 지난 4월 말 한국의 1분기 역성장을 확인한 뒤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낮췄었다. 이를 1개월여 만에 0.1% 포인트 더 내린 것이다. ING는 한국 정부 등의 2% 중반대 성장 전망에 대해 “분기마다 전 분기 대비 1% 이상의 성장률이 기록돼야 가능한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했었다.
경제 전문가들이 꼽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변수는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다. 두 가지 변수는 모두 연초 예상보다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은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고, 서로의 반감은 고조되고 있다. 양국의 갈등 틈에서 한국 수출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일단은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중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타결 전까지는 경제성장률 하락,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의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성장률도 0.5% 포인트 떨어진다고 관측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고 밝힌 만큼 반도체 경기의 앞날도 밝지 못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올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최대 25%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의 ‘상저하고’를 바라보던 여러 경제기관은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한은은 1개월 뒤인 다음 달 18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큰 배의 키를 돌리듯 아주 조금씩 경로를 수정하는 한은임을 고려하면, 미묘하게 달라진 이 총재의 말들은 결국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ING그룹은 한은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해 연말에는 한국 기준금리가 연 1.25%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