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과 공존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미선(35·여) 지리산피아골식품 대표는 귀농 성공의 첫 번째 조건으로 ‘공존’을 꼽았다. 지난 14일 해발 600m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군 토지면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이 회사는 인근 주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재료로 구매한다. 김 대표는 아예 자신의 매장에서 함께 판매하고 소개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6년째 마을 이장을 지내고 있기도 하다. 그는 “창업했을 때만 해도 시기·질투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미선이가 더 잘돼야 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고로쇠 된장’을 개발한 김 대표는 2011년 창업을 했다. 동료 3명과 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그는 “콩까지 재배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며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래서 집중한 장류 제조·유통업은 김 대표에게 ‘딱 맞는’ 옷이었다. ‘비싸게 팔테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최상급 재료만 사용해 제조한 제품은 미국까지 입소문이 퍼졌다. 지난해 7명으로 늘어난 직원과 함께 올린 매출은 7억원. 이들 중 일부는 창업이라는 다음 목표를 꿈꾼다.
김 대표보다 늦은 2013년 농식품 창업에 나선 오천호(39) 에코맘산골이유식 대표도 성공 키워드로 ‘상생’을 지목했다. 귀농 창업의 선결조건이라고 했다. 13일 경남 하동군 악양면 본사에서 만난 오 대표는 귀농의 가장 큰 문턱인 텃세를 넘기 위해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부터 잘했다”고 전했다. 하동군청년회의소 부회장 등 지역의 일을 도맡아했다. 지역 주민들을 고용하고, 가격 폭락에 갈아엎는 작물이 있으면 수매해 자신의 제품을 판매할 때 사은품으로 주기도 했다.
‘민심’을 얻자 사업은 번창했다. 4명이서 시작했던 회사는 지난해 44명까지 직원이 늘었다. 매출액은 70억원에 이르렀다. 지역에서 나는 작물로 만든 이유식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먹혔다. SNS를 이용하고 입소문도 활용했다. 2015년에 3% 지분을 투자한 SK그룹은 마케팅 방식을 컨설팅해줬다. 오 대표는 “청년 농업은 아이디어가 필수”라고 말했다.
김 대표나 오 대표의 청년 영농형 창업은 비슷한 성공 경로를 거치고 있다. 이들은 공존을 기치로 걸고 지역과의 유대 형성을 선결 과제로 삼았다. 직접 작물을 기르는 대신 식품 제조나 유통에 주력했다. 농촌 사회가 취약한 ‘마케팅’에 승부를 걸었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더해졌다.
이들은 농촌에 일자리와 기회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 대표는 “농촌에는 일자리가 너무 많다”고 했다. 오 대표는 “다 같이 커야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귀농 취업자는 늘고 있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농가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반면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상승세다. 2017년 6월부터 24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구례·하동=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