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간편하고, 빠르고, 실감나게… 첨단 ICT 입고 진화하는 게임

입력 2019-06-16 20:03
게이머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MS) 극장에서 열린 ‘엑스박스 E3 2019 미디어브리핑’에서 MS의 신작 게임 ‘기어즈 5’를 체험하고 있다. AP뉴시스

게임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입고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의 집을 PC방처럼 바꿔줄 ‘클라우드 게임’부터 현실감을 극대화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게임’, PC게임 못지않은 고품질의 ‘고사양 모바일 게임’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의 PC 및 비디오게임기 중심의 게임 이용방식이 훨씬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게임의 진화 방향은 ‘더 간편하게, 빠르게, 실감 나게’로 요약된다. 게임을 ‘간편하게’ 만들 기술로는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기술이 꼽힌다. 클라우드 기술을 게임에 접목한 클라우드 게임은 최신 PC나 비디오게임기 등 고가의 게임장비와 복잡한 이용 절차 없이도 사용자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클라우드 게임이란 음원 서비스 ‘멜론’이나 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의 게임 버전이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게임을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즐기는 방식이다. 기존 PC·모바일·콘솔 게임처럼 각각의 게임을 구매해 다운받을 필요 없이 인터넷상에 올라 있는 수많은 게임을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다양한 게임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데다 고가의 게임장비 없이도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글로벌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은 최근 앞다퉈 클라우드 게임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세계 최대 게임쇼 ‘E3 2019’에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엑스클라우드’를 선보였다. MS는 10월 엑스클라우드를 시범 서비스해 3500여 게임을 제공할 계획이다. 인터넷 연결만 되면 언제 어디서든 수많은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다른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 구글도 지난 6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올 11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를 북미와 유럽 14개국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그래픽카드 업체 엔비디아도 자체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지포스 나우’를 운영하고 있다. 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 역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프로젝트 아틀라스’를 개발 중이다.

클라우드 게임의 초기 성패는 속도가 판가름할 전망이다. 클라우드 게임의 청사진은 이미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시됐지만 통신 속도의 한계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됐다. 사용자가 특정 버튼을 눌렀을 때 게임 캐릭터가 한 박자 늦게 반응하는 ‘랙’이 대표적 문제였다. MS가 이번 E3에서 공개한 엑스클라우드는 반응속도 면에서 한층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엑스클라우드 체험공간 내 ‘헤일로5’ 게임 캐릭터는 기존 스마트폰에서처럼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다만 시연에 사용된 스마트폰이 유선 인터넷에 연결된 데다 헤일로5가 현재 기준으로 저사양 게임이라는 점은 한계다. 고사양 게임에 무선통신으로 연결했을 때도 클라우드 게임의 속도 문제가 없을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한 게이머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엑스클라우드’에서 레이싱 게임을 즐기고 있다. MS 유튜브 캡처

다만 업계에서는 5G(5세대 통신)가 기존 클라우드 게임의 속도 제약을 극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초저지연을 특징으로 하는 5G가 고사양 게임의 로딩 속도뿐 아니라, 지연속도 문제도 해결해줄 것이라고 본다. 국내 이동통신 3사도 일찌감치 게임을 무선통신 사업 확장 기회로 낙점하고 공을 들이고 있다.

게임의 현실감을 끌어올릴 VR·AR 게임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통 3사가 VR·AR 게임을 초기 5G 킬러콘텐츠로 보고 적극 발굴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2월 넥슨과 5G VR게임 개발을 위한 인기 온라인게임 3종의 IP(지적재산권) 사용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게임 3종은 넥슨을 대표하는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버블파이터’다. SK텔레콤은 연내 이들 IP를 활용한 5G 스마트폰용 VR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 E3에서도 VR·AR 콘텐츠가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VR 업체 오큘러스는 이번 E3에서 다양한 VR 게임을 시연해 주목받았다. 미국 AR 스타트업 원돔은 AR 미술 전시장 ‘비현실 정원’을 꾸며 볼거리를 제공했다.

아울러 모바일 게임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 4월 PC 수준의 고품질 그래픽 게임을 표방한 ‘트라하’를 출시해 주목받았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은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게임 사양을 낮추는 게 일반적이었다. 트라하는 최소 사양이 갤럭시S7, 아이폰6S 수준, 설치 용량은 5GB에 이르는 고사양 게임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꾸준히 고사양 게임에 적합한 스마트폰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10 5G는 전작보다 화면, 배터리를 대폭 키워 게임 몰입감을 높였다. LG전자는 화면이 두 개인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 LG V50를 출시했다. V50는 일본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처럼 화면과 조작부가 분리돼 게임에 특화돼 있다. 스마트폰 본체 화면에는 게임 화면이 뜨고, 듀얼 스크린에는 조이스틱이 나타나는 식이다. 일반 스마트폰에서는 게임 장면 위에 겹쳐진 조이스틱을 조작해야 해 불편했다.

올해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도 모바일 게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폴더블 폰은 기존 스마트폰의 게임 조작 방식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폴드는 서로 다른 최대 3개의 화면을 구동할 수 있는 ‘멀티 액티브 윈도우’를 통해 게임화면과 조작키를 분리할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보다 훨씬 넓어진 화면도 몰입감을 더할 예정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