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위기의 ‘자영업자 구하기’ 두 팔 걷어붙였다

입력 2019-06-13 19:21

‘양식의 대가’로 유명한 토니 오(본명 오치영) 셰프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을 찾았다. 지난달 KB국민은행에서 열었던 ‘소호 멘토링 스쿨 1기’ 강연에서 교육생으로 만났던 A씨가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A씨는 오 셰프를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나와 음식 자랑을 늘어놓았다. 오 셰프가 전수한 비법이 녹아든 편육이었다. 오 셰프는 13일 “A씨는 교육을 받을 때 질문을 가장 많이 하면서 열의가 넘쳤다”며 “더 도와주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자영업자 살리기’에 뛰어들고 있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멘토링 강연을 열고 맞춤형 실습교육을 주선한다. 전문가 섭외도 마다하지 않는가 하면 홈페이지 제작이나 매장 인테리어 시공도 책임져 준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위대한상사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위대한상사는 공유점포 플랫폼 서비스 ‘나누다키친’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매장이 없는 자영업자에게 노는 매장, 비는 매장의 공유서비스를 제공한다. KB금융지주는 창업을 준비하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종합 컨설팅도 제공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4월 25일부터 7주간 ‘소호(SOHO) 멘토링 스쿨 1기’를 진행했다.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해 돌파구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다. 교육생 40여명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서울 합정동에 있는 연수원 1층에 각종 조리시설도 갖췄다. 교육생들은 스타 셰프의 지도를 받았다. 경영 컨설팅 강사로 나섰던 문진기 KB국민은행 중소기업고객부 창업전문위원은 “추상적 컨설팅이 아니라 실질적 도움을 주려고 많이 고민했다. 하반기에 2기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전국을 돌면서 ‘성공 두드림 세미나’를 열고 있다. 자영업자에게 컨설팅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9일 충북 청주에선 자영업자 150여명에게 경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장사의 신’으로 불리는 외식업 경영컨설턴트 출신의 김유진 작가가 강사로 나섰다. 하반기에 두 곳에서 더 세미나를 진행한다.

우리은행은 2년 전부터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연계해 빅데이터에 기반한 상권분석, 창업 관련 세무상담, 노무관리 등을 해준다. 예비창업자, 업종 전환자 등 1700여명이 거쳐갔다. 올해 3월과 4월 서울 종로, 경기도 판교에 ‘창업지원센터’를 열고 무료 경영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지난 1월부터 ‘자영업 미소 만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외주업체와 협업해 자영업자에게 직접적 금융지원과 마케팅 정보를 제공한다.


왜 은행들이 자영업자에게 주목할까. 은행은 사회적 이미지를 높이면서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포용적 금융’에 부응한다는 공익 실천도 딸려 온다. 지원 대상이 된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좋아지면 사업 확장으로 연결되면서 추가 대출 등도 가능해진다. 금융회사와 자영업자 모두 ‘윈윈(win-win)’하는 구조인 셈이다.

반응은 뜨겁다. 오 셰프는 “교육생에게 ‘잡념 대신 양념’이란 주제로 요리 연구에 더 집중하자고 강의했었는데 다들 열심히 참여해줘 오히려 내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따뜻한 금융’의 일환으로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면서 은행 이미지를 제고하고, 동시에 자영업 대출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영업 대상 세미나는 은행과 자영업자 모두에게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