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드론 하늘로 떠오르자… 경비 드론이 탐지, 신속 제압

입력 2019-06-13 20:44
SK텔레콤 직원들이 12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불법 드론 대응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12일 부산 사상구 신라대학교 강당. 무대 위 대형 모니터에 붉은 연막탄을 단 드론이 한 생태공원에서 하늘로 치솟는 모습이 나타났다.

드론이 이륙한 곳은 드론 비행이 금지된 김해공항 주변의 보안구역이었다. 높이 떠오른 드론은 주변에 붉은 연막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드론의 덩치는 폭발물을 옮기거나 비행기 날개에 흠집을 내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테러 드론이 하늘에서 맴돈 지 몇 초 뒤 별안간 경보음이 울렸다. 무대 위 대형 모니터에는 곧바로 테러 드론 진압에 나설 경비 드론 관제센터의 모습이 비쳤다. 관제센터 직원들이 테러 드론의 위성항법장치(GPS) 위치를 파악하고선 모니터에 경로를 표기하자 경비 드론 두 대가 경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육군 53사단 소속 군인들이 불법 드론을 향해 드론 제압용 총 ‘재밍건’을 발사하고 드론 조종사를 체포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얼마 뒤 군부대도 테러 드론 진압에 가세했다. 5분 대기조와 폭발물 처리반 차량 두 대가 출동해 테러 드론 쪽으로 갔다. 군부대가 테러 드론 주변에 도착했을 땐 이미 경비 드론 두 대가 테러 드론의 주변을 돌며 움직임을 촬영하고 있었다. 테러 드론의 위치를 확인한 군인들은 주변을 뒤져 테러 드론의 조종자를 찾아냈다. 조종자가 제압되자 한 군인이 드론 제압용 총 ‘재밍건’을 쏴 테러 드론을 땅으로 떨어뜨렸다.

SK텔레콤이 시연한 ‘불법 드론 공동대응 시스템’의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이날 드론 솔루션 기업 ‘한빛드론’ 등과 협력해 불법 드론 탐지에서 식별, 추적, 무력화까지 전 단계에 걸친 실시간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번 시스템 개발이 상업용 드론 시장 성장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SK텔레콤은 상업용 드론 시장이 무선통신 사업의 새로운 수요처가 될 것으로 보고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

동시에 SK텔레콤은 이 시스템을 드론 관제 솔루션 시장 진출의 지렛대로 삼을 계획이다.

관제센터에서 GPS 기술 등을 활용해 드론 비행을 원격 제어하고, 드론이 4K 고화질 영상을 끊김 없이 전송하게 만들면서 드론이 보낸 영상에 인공지능(AI) 영상 분석 및 화질 개선 기술을 적용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스카이워드나 중국 DJI가 해당 분야의 주요 기업이다.

SK텔레콤은 상업용 드론 및 관제 솔루션이 5G 수요를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고품질 관제 솔루션의 장점이 4G(LTE)보단 5G에서 돋보이기 때문이다. 원격 조정 드론이 영상을 실시간 촬영해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로 전송하고, 이를 AI가 실시간 분석하려면 5G의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드론을 원격으로 조종할 때도 5G의 빠른 데이터 반응속도가 필요하다.

다만 이날 공개한 불법 드론 대응 시스템은 미완성이었다. 아직 경비 드론 능력이 영상 촬영에 그쳐 청사진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졌다.

불법 드론과 드론 조종사를 제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이 전담해야 해 오래 걸렸다. 시스템 구축 비용도 공개되지 않아 경제성도 미지수다.

부산=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