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분쟁에 투자도 ‘뚝’… 글로벌 FDI, 작년 13% 줄었다

입력 2019-06-13 19:03 수정 2019-06-13 21:58

지난해부터 세계 경제의 키워드가 된 미·중 무역분쟁은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FDI)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선진국 투자부터 큰 폭으로 줄이면서 전 세계 FDI는 2017년보다 13%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한국으로의 FDI 순유입은 40억 달러 줄었다.

13일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의 ‘세계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이뤄진 FDI는 2017년 1조5000억 달러에서 지난해 1조3000억 달러로 13% 줄었다. 이는 2015년 이후 3년 연속 하락한 수치다.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지난해의 FDI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데, 최근 10년간 국제투자의 성장이 부족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총평했다.

FDI 유치는 한동안 선진 다국적기업의 기술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인식돼 왔다. 생산성 증대에 기여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지표라는 평가도 있었다. 지난해 동향에서 두드러진 것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 대한 FDI가 전년보다 27% 가까이 줄었다는 점이다.

보호무역주의 논란을 낳고 있는 미국은 지난해 FDI 순유입이 전년보다 9% 줄어든 2520억 달러였다. 기업 인수·합병(M&A)의 ‘큰손’인 중국이 투자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많은 기업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 우려도 드러났다. 영국은 FDI 순유입이 40%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개발도상국의 경우 FDI 순유입이 소폭 증가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도 FDI 순유입이 4% 늘어난 1390억 달러에 이르렀다. 한국도 중국 홍콩 브라질 등과 함께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됐는데, FDI 순유입은 2017년 180억 달러에서 지난해 140억 달러로 19%가량 감소했다.

무키사 키투이 UNCTAD 사무총장은 “무역과 지정학적 긴장 심화가 앞으로도 FDI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역과 지정학적 긴장 심화’는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공동성명에서도 세계 경제의 위협 요소로 언급된 문구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