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희호 여사의 유지 받들어 남북관계 더욱 발전시켜야”

입력 2019-06-12 18:48 수정 2019-06-12 23:13
김여정(오른쪽)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12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 이희호 여사를 추모하기 위해 보낸 조화를 정의용(가운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장례위원회를 대표해 나온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에게 전달하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조의문도 전달했다. 통일부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이희호 여사 별세와 관련해 조문단을 파견하는 대신 조화와 조전을 보내왔다. 북·미와 남북 관계가 아직은 모두 교착상태인 한반도 정세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보내 최소한의 예를 갖췄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이희호 여사님이 기여한 공로를 기억하고 유지를 받들어서 남북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말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서거하였다는 슬픈 소식에 접하여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여사가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 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온 겨레는 그에 대하여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께서 이 여사에 대해서는 각별한 감정을 갖고 ‘김 제1부부장이 남측의 책임 있는 인사에게 직접 조의를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며 “부디 유족들이 슬픔을 이겨내고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의 뜻을 받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김 제1부부장은 통일각에서 정 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장례위원회를 대표해 나온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15분가량 만났다. 북측에선 리현 통일전선부 실장이 김 제1부부장을 수행했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조의문과 조화를 보내온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사의를 표하고 “이 여사님을 (남북이) 함께 추모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평화와 번영의 앞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우리의 다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조문 사절단이 오지 않아 대단히 아쉽다고 했더니 김 제1부부장이 가벼운 미소로 답변을 대신했다”며 “김 제1부부장이 어느 때보다도 이번이 가장 건강해 보였고, 얼굴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회동에서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의 친서가 교환되지는 않았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을 수행한 리 실장은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 서거 때 조문단으로 방한했고,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과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도 수행원으로 참석한 인사다.

김 위원장의 조의문과 조화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여사 빈소로 전달됐다. 흰색 국화로 꾸며진 조화에는 ‘고 리희호 녀사님을 추모하여, 김정은’이라고 적힌 검은색 리본이 달렸다.

정 실장은 이 여사 영전에 조의문과 조화를 바치면서 이 여사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에게 “김 위원장이 각별한 애도의 뜻을 전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조문단을 안 보내자니 만만치 않은 남측 여론이 신경쓰였을 것”이라며 “김 제1부부장을 보낸 것은 조전과 조화를 보내는 대신 최고의 예우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파주=공동취재단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