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재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전면 파업에 돌입했던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노사 재협상이 시작된 지 3시간여 만에 최종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회사와 지역 협력업체가 존폐 위기에 내몰리면서 노사가 상생의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6월부터 진행해 온 2018년 임단협 협상에서 노사간 최종 잠정 합의안을 다시 도출했다고 12일 밝혔다. 노조가 전면 파업을 시작한 지 8일 만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이날 오후 3시30분 노조 집행부의 전면 파업 철회와 회사의 부분직장폐쇄 해제에 이어 오후 6시부터 29차 임단협 본교섭을 진행했다. 노사는 지난달 16일 1차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1.8%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날 이끌어낸 최종 잠정 합의는 지난 1차 잠정 합의 사항을 기초로 했으나 ‘노사 상생 공동 선언문’이 더해졌다. 노사 상생 공동 선언문은 ‘노사 관계가 지역 경제 및 협력업체 고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회적 책임 하에 신차 출시 및 판매를 위한 생산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사 평화기간을 선언하는 내용이다.
노조의 전면 파업 철회와 부분직장폐쇄 철회, 그리고 두 번째 잠정 합의안 도출이 이처럼 빠르게 진행된 데는 상반기 중 부산공장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양측의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지난해 6월 2018년 임단협 협상을 시작했지만 1년이 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노조는 부분 파업을 수개월간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달 어렵사리 잠정합의안이 마련됐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재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노조는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의 전면 파업 지침에도 불구하고 파업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출근율은 계속 60%를 웃돌았다. 파업 후 첫 정상근무일이었던 지난 7일엔 파업 미참여율이 61.2%(주야통합), 주말이 지난 10일은 62.1%, 11일은 62.9%로 높아졌다.
사측은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12일부터 야간 조 운영을 중단하는 부분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사측은 11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현재 파업은 불법”이라며 12일까지 파업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전면 파업을 계속할 경우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하루 12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초강수도 뒀다.
노사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려던 시점에 노조가 전면 파업을 철회한 데는 이 같은 사측의 압박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노사 갈등이 길어질 경우 르노삼성차의 미래가 위태로워져 고용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조합원들의 우려가 더해져 파업이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최종 잠정 합의안은 14일 조합원 총회에서 과반 이상 찬성하면 최종 타결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