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12일 남·북·미 3국 최고지도자들이 연설, 조의 전달, 친서 전달 공개 등을 통해 분주히 움직이면서 한반도 정세의 전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촉진자 역할을 강화하고, 4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하자 북·미 대화 재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상 간 친서가 북·미 대화 재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당정협의에 참석, “오늘은 역사적인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한 지 1년 되는 날”이라며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번째 회담이 열렸고, 이제 북·미 간에 세 번째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 시점이 한반도 비핵화 컨센서스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친서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서도 “그 이상은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북·미 간 소통에 모종의 역할을 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열린 포럼에서 남북 관계 발전 방안을 담은 ‘오슬로 선언’을 발표했다. 북한은 고 이희호 여사 별세와 관련해 김 위원장 명의의 조화와 조전을 우리 측에 전달했다. 이처럼 남·북·미 간 움직임이 부산해지자 한반도 정세가 다시 한 번 요동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한·미동맹 세미나’에서 “그동안 대화나 접촉이 전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북·미 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문 특보는 또 “금명간 한·미, 남북, 북·미 간 이런 (대화의) 움직임들이 있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내다봤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북·미가 1차 정상회담 개최 1주년을 모멘텀 삼아 대화할 수 있는 명분을 정상 간 친서를 통해 마련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이번 친서엔 협상 의제보다는 개인적 친분과 신뢰를 강조하는 내용만 담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남·북·미가 대화 쪽에 무게가 실리는 공통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이번 1주년을 계기로 대화 재개 쪽으로 빠르게 방향이 선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및 비핵화 협상 재개 등이 중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