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노인들 많아지면서 60세 이상 고용·실업률 같이 늘어

입력 2019-06-13 04:06

지난달 고용시장이 ‘고용률은 30년 만에 최고, 실업률은 외환위기 수준’이라는 혼재된 양상을 보였다. 60대 이상과 20대 후반 연령층의 일자리가 늘었다. 정부의 일자리사업으로 노인 일자리가 많아지고, 비취업 시즌을 맞아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 일자리를 구한 청년이 증가했다. 불황을 겪던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 개선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반면 실업률에서 빛과 그림자가 공존했다. 제조업 위기에 따른 30~40대 고용 악화는 지난달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다만 경제활동을 하지 않던 60대 이상 노인들이 일자리 구하기에 나서면서 ‘쉬었음’에서 ‘실업자’로 전환돼 실업률을 끌어올렸다.


통계청은 12일 ‘5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인구 증감을 반영하는 고용률(만 15~64세)이 67.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5월을 기준으로 1989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고용률은 30~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상승했다. 특히 20대와 60대가 두드러졌다. 20대의 경우 초반(20~24세) 고용률은 하락했지만, 후반(25~29세)은 증가했다. 5월이 비취업 시즌이라 학생들이 임시직 일자리를 많이 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60세 이상의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1.1% 포인트 오르며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노인 일자리 사업이 주된 원인이다.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업의 개선도 영향을 줬다. 도소매업 일자리는 전년 동월 대비 1000개 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관광객 증가로 숙박·음식점업 일자리도 6만개 더 생겼다.

그러나 실업자 수는 114만5000명으로 지난해 5월보다 2만4000명 늘었다. 5월을 기준으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실업률은 4.0%로 5개월 연속 4%대를 찍었다. 1999년 6월∼2000년 5월에 연속으로 4% 이상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일자리가 14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이 때문에 경제의 ‘허리’인 40대 고용률은 지난달에 전체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감소했다. 30대는 보합세를 보였다. 20대와 60대의 늘어난 일자리가 주로 ‘단기 일자리’라는 점도 부정적이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1~17시간인 근로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만명 증가했다.

여기에다 60대 이상 노인이 실업률 악화에 한몫을 했다. 최근 정부 일자리사업에 따라 노인 일자리가 늘어난데다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업 개선, 보건·복지업종 인력수요 증가 등으로 구직에 나서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으로 분류되던 노인들이 구직 활동을 하면서 ‘실업자’로 전환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실업자는 20~30대에서 감소했으나 60대 이상에서 증가했다. 반대로 60세 이상 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의 ‘쉬었음’에 해당되는 계층은 전년 동월 대비 5만6000명 늘었는데, 전월(8만3000명) 대비 증가폭이 감소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고용 시장에 긍정과 부정이 혼재하고 있다”며 “실업자는 구직 활동이 늘어날 때도 상승하기 때문에 꼭 부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