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21세기 광주-전남 상생발전 청사진 제시 ‘숨은 조력자’

입력 2019-06-13 21:00
1991년 개원한 광주전남연구원은 각종 토론회와 정책·학술 세미나, 간담회를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밀도 높은 정책 대안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토론회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인도 시장에 대한 광주·전남지역의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광주전남연구원 제공

‘지방분권 시대 열어갈 지역발전의 열쇠를 찾는다.’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에 맞춰 출범한 광주전남연구원이 남도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2007년 3월 광주와 전남발전연구원으로 한 번 분리됐다가 2015년 9월 재통합된 광주전남연구원은 광주·전남지역의 중장기 발전과제를 발굴해 유용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공공연구기관이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주연배우 혹은 영화감독의 역할이기 보다는 항상 무대 뒤에 있는 숨은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연구원의 기능과 노력에 비해 대중적으로 그다지 후한 평가는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연구원이 해온 일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연구원은 출범 2년여 만인 1993년 전남도청 이전 대상지로 무안 남악신도시가 선정되도록 한 것을 시작으로 많은 발자취를 남겼다. 2005년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조성이 논의될 때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입지 결정과 한국전력공사 등의 유치를 성사시키는 데 기여했다. 2012년 여수해양엑스포 역시 연구원이 ‘해양’을 주제로 세계박람회를 개최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데서 비롯됐다.

참여정부 당시 광주가 빛고을이라는 점에 착안해 지역 전략산업을 ‘광산업’으로 선정하고 농수축산물이 풍부한 전남은 ‘생물산업’에 집중하도록 한 것도 연구원의 제안이 주도적으로 작용했다.

광주·전남 상생발전 과제추진의 첫 성과물로 통합한 연구원은 전남 나주 혁신도시 임시청사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2017년 대선 때 광주발전 24대·전남발전 20대 핵심과제와 광주·전남 8대 공동공약 과제를 광주시·전남도와 함께 발굴해 이를 대부분 반영시켰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광주·전남 27개 시·군·구가 민선 7기 4년간 추진해야 될 현안과 미래비전 등을 집대성해 선거 후보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2016년 191건, 2017년 204건의 연구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등 연구역량의 양적 확대도 추구하고 있다.

민감한 지역현안인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의 통합 논의,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전남 목포와 영암 해남의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에도 적잖은 힘을 보탰다. 최근에는 전남 동부권 통합선정 입지 선정과 전남형 농어민 공익수당 도입, 광주 문화도시 2030 비전 수립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연구원은 향후 남도지역의 미래를 이끌 의제를 찾는 기획연구에 골몰할 계획이다. 인구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한 융·복합적 정책방향부터 광주·전남의 발전축인 빛가람 혁신도시의 장기적 성장전략을 짜기 위한 것이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은 물론 왜곡된 호남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안 등도 연구대상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광주시와 나주시가 대립각을 세운 공동혁신도시 공동 발전기금 조성과 활용방안 등 광주와 전남의 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현안은 객관적 연구·분석 뿐 아니라 정무적 판단까지 필요해 공식적 견해를 표명하기 힘든 경우도 적잖다. 결국 연구원은 광주시와 전남도의 재정적 뒷받침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충분한 출연금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의 열악한 재정은 연구원이 극복해야 될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는 146억원, 대구·경북은 78억원, 충남은 61억원을 산하 연구원에 지원했지만 광주전남연구원이 광주시와 전남도 두 광역단체로부터 받은 예산은 55억원에 그쳤다.

인력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1본부장 6실, 5센터, 1팀 체제인 연구원 정원은 박사급 연구원 39명과 사무직 13명 등 53명에 달하지만 현원은 41명에 불과하다. 다양한 분야의 정책연구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곽행구 연구기획본부장은 “재정적·제도적 한계로 부담을 느낄 때가 많다”며 “남도의 미래를 선도하는 연구원이 되려면 지자체의 전폭적 지원과 함께 독립성·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 박성수 광주전남연구원장 “3대 메가트렌드 대응 방안 수립에 몰두하겠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인구감소라는 3대 메가트렌드에 대한 선제적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이해 당사자가 활용 가능한 지역밀착형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목표입니다.”

박성수(사진) 광주전남연구원장은 13일 “미래 어젠다 발굴과 민선 7기를 뒷받침할 정책연구를 병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광주와 전남 두 연구원으로 분리됐다가 통합된 조직원들의 융화와 시·도의 상생발전을 꾀할 묘책도 짜내려 한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의 위기감을 덜어줄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혁신을 통해 광주·전남에 적합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또 “열병합발전소 가동과 광주~나주 시내버스 운행 등 지자체 간 의견조율이 필요한 사항은 대승적 차원에서 합리적 상생방향을 모색하도록 정책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16개 공공기관이 이전한 빛가람 혁신도시의 성장을 위해 국가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와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을 앞당길 정책대안들을 체계적으로 다듬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도시 시즌2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광주전남혁신도시 사업전반을 조율할 구심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혁신도시발전특별법에 의거한 발전지원센터를 재단 형태로 설립·운영하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구체적 방안을 금명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정책과제 발굴과 함께 자체적으로도 투명경영, 열린경영, 참여경영을 통해 광주·전남의 눈부신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성과의 양적·질적 제고를 위해서는 시스템 개선은 물론 조직 구성원간의 신뢰와 유대가 중요하다”며 “소통과 교류를 위해 전 직원이 참여하는 한마음 워크숍을 열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