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처럼 따뜻하면서 쇠처럼 강인하신 분”

입력 2019-06-12 04:02
권양숙(왼쪽) 여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김지훈 기자

고 이희호 여사 별세 소식에 국회 파행 책임을 두고 연일 날 선 공방만 주고받던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애도를 표했다. 여야 정치인들은 이 여사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 “평생을 인권과 민주주의에 헌신한 여성 지도자”라고 추모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는 온종일 각계의 조문행렬이 줄을 이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1일 빈소를 찾아 “엄혹한 시절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시련을 극복하신 이 여사를 존경한다”며 “남은 우리가 두 분이 원했던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를 완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문 뒤 인사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라며 “여성운동을 많이 하셨지만, 정치적 운동도 많이 하셨다”고 회고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배우자를 넘어 20세기 대한민국의 위대한 여성 지도자로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빈소에서 “평생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이 여사의 소천에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여성 인권을 위해 이 여사가 남긴 유지를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고인은 여성이 가진 포용의 미덕을 정치권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 여사는 한국 여성운동의 선구자로 길이 남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느낌”이라며 슬픈 심경을 나타냈다. 독일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측근을 통해 유족에게 조의를 전달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정세균 전 국회의장, 박원순 서울시장, 폐암 투병 중인 김한길 전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이병주 기자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국무총리도 빈소에서 “어머니처럼 따뜻한 분이면서도 내면은 쇠처럼 강인하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이 수많은 고난을 흔들림 없이 이겨낸 것은 여사의 강인함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이 여사가 그 시대의 대한민국에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 민주화에 큰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노영민(앞줄 왼쪽)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실장·수석들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이병주 기자

범여권 인사들은 과거 민주화운동이나 정치 입문 과정에서 접했던 이 여사의 따뜻한 면모들을 앞다퉈 소개했다. ‘동교동계 막내’인 설훈 민주당 의원은 “40년간 여사를 모셨지만 한 번도 화를 낸 적 없이 온화했다”고 말했다.

이종선 신재희 김성훈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