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체연료와 유도장치 개량을 위해 지난달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는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이 미사일을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이라고 지칭했다. 북한이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기 위한 목적으로 신형 미사일을 개발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 의회조사국은 지난 6일 공개한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KN-23은 북한군 건군 70주년을 기념한 지난해 2·8 열병식에 처음 공개된 신형 미사일에 미 정보 당국이 부여한 명칭이다. 미 정보 당국에 식별된 북한의 23번째 신형 미사일이란 뜻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고체연료를 쓰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점진적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체연료는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며 연료 주입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정찰자산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보고서는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패트리엇, 이지스함, 사드(THAAD) 등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거나 그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고도로 비행하며 회피기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이 하층 방어 위주로 구축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를 겨냥한 ‘맞춤형 무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보고서는 북한이 러시아에서 개발된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을 개량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폐기키로 했던 이유는 액체연료보다는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 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 발사장은 주로 액체연료를 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활용됐었다.
보고서는 또 북한 핵물질 비축량에 대한 미 정보기관 내 일치된 의견은 없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핵무기 35개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했으며, 매년 탄두 7개를 추가로 만들 수 있는 핵물질 생산 능력을 갖췄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보고서를 만든 미 의회조사국은 미 상·하원 의원들의 입법이나 정책 결정을 지원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입법보조기관이다.
한·미 정부는 북한이 지난달 쏜 단거리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 의회조사국 분석 내용을 포함한 여러 가능성과 세부 탄종 및 제원 등에 대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