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2개 바꾸고 3억5000만원?… 도시브랜드 교체사업 논란

입력 2019-06-11 19:36
대구시 도시브랜드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 디자인 변경 전(왼쪽)과 후의 모습. 대구시 제공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도시브랜드나 슬로건 교체 사업이 곳곳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자체들은 변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예산낭비 혹은 전임 단체장 흔적지우기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구시는 도시브랜드(슬로건)인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 개선안을 마련했으며 7월 대구시의회의 심사를 거쳐 확정 시행할 방침이라고 11일 밝혔다. 하지만 예산을 3억5000만원이나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는 2004년부터 사용해온 도시브랜드가 대구의 정체성을 담기에 부족해 교체해야 된다는 여론에 따라 2015년 10월부터 새로운 도시브랜드 개발을 추진해 왔다. 처음에 시민들이 포함된 모임을 조직해 추진하다 중단하고 대구경북연구원과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브랜드 개발 전담팀(TF)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했다.

대구시가 마련한 개선안은 디자인 중 원(圓) 색상을 검정색에서 빨강색으로, 분홍색을 보라색으로 바꾸고 색의 채도와 명도를 조정한 정도다. 색 교체와 함께 슬로건에 담긴 의미도 일부 수정했다. 하지만 디자인에서 큰 변화가 없자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동그라미 두 개 색깔 바꾸는데 3억5000만원을 쓴 것이 어이없다”며 “이대로 결정될 경우 홍보물 교체 등에 추가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대구시의회가 조례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 부여군은 지난해 말 도시브랜드인 ‘러블리 부여’ 로고를 군청사에서 제거하는 등 브랜드 교체를 추진하다가 논란이 됐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브랜드 교체 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가 사라진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전임 군수 흔적 지우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제주도는 2008년 만든 도시브랜드 ‘Only jeju’ 변경 재추진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4년 도시브랜드 변경 사업이 추진됐지만 막대한 예산 투입에 대한 거부감과 도민 공감대 부족으로 백지화된바 있다. 최근 재추진 분위기가 형성되자 일부에서는 예산낭비 등의 비판이 없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예산낭비 등을 우려해 도시브랜드나 슬로건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인천시는 민선6기 도시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한다. 경기도 용인시와 전남 여수시는 전임 시장의 시정 슬로건을 변경하지 않았다. 여수시 관계자는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슬로건을 바꾸는 것은 예산낭비이고 시민의 부담”이라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