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조만간 남북 간,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또 “지금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이미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났기 때문에 대화가 교착 상태라는 염려가 있지만 대화의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고 남북 간, 북·미 간 대화를 계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니니스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헬싱키 프로세스로 동서 진영 간 화합을 이끈 핀란드의 지지와 성원은 한반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사의를 표했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1975년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 및 유럽 35개국이 참여해 냉전 종식 시까지 정치, 안보, 인권 등 각 분야에서 진행된 신뢰구축 과정을 일컫는다.
문 대통령은 올 하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 사회를 맡는 니니스퇴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도 요청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축 노력을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가 성공하면 전 세계의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화답했다. 이어 “핀란드가 앞으로 EU 이사회 의장국이 되면서 EU가 어떻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기여할 수 있는지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3월 남·북·미 3자 간 반민반관(半民半官) 성격의 1.5트랙 대화를 주선했고, 니니스퇴 대통령은 최근 북·미 정상 간 대화를 주선할 생각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핀란드는 지난해 두 차례 트랙2 대화의 기회를 마련해 남·북·미 간 이해가 깊어지도록 도움을 준 바 있다”면서도 “지금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제3국의 주선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만큼 양측 간 접촉이 예상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랙2 대화를 설명하며 남·북·미 3자를 한·미·일 3국으로 말했다가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로잡았다.
양 정상은 2020년 3월 부산과 헬싱키 간 직항 노선을 신설키로 합의했다. 부산 김해공항 최초의 유럽행 노선이 개설되는 것이다. 현재 인천~헬싱키 노선은 주 7회 운항되며 지난해 4만9000여명을 운송했다. 문 대통령은 “11년 전 (핀란드 국적 항공사) 핀에어의 인천 취항으로 헬싱키는 한국의 이웃 도시가 됐다”며 “이제 내 고향 부산과 핀란드도 가까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스타트업 기업 육성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대응 방안과 방위산업·에너지·보건 분야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우리 정상이 핀란드를 국빈방문한 것은 13년 만이다.
헬싱키=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