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정치권에서도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청와대 국민청원과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소환제에 대한 여론이 확인됐는데, 정치권에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당론 입법으로 발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국회의장 주재 오찬 회동인 ‘초월회’에 참석해서는 “정치가 실종됐다. 내각제였으면 지금이 바로 국회 해산 시점”이라며 “주권자에게 국회를 다시 구성해 달라고 물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로 돌아오지 않고 장외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부적격자’를 판단해 파면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회의원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자르겠다는 얘기다.
국민소환제 도입이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대선 공약으로 내놨고, 지난 3월 발의한 개헌안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다. 20대 국회에도 3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현실 정치에서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와의 충돌, 여론정치에 휘말릴 우려 등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그동안 의미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대 국회의 반복되는 파행으로 국민적 불신이 고조되면서 국민소환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선거제 개혁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최악의 동물국회 모습을 본 데 이어 기약 없는 식물국회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이 답답함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앞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던 지난 4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국민인 내가 나를 대신해 의정 활동을 하라며 권한을 위임했지만, 국회의원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며 “일하지 않고 헌법을 위반해 국민을 무시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주로 한국당 의원들을 겨냥한 내용이었다. 이 청원은 한 달 사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한 여론조사에서도 80% 가까운 응답자가 국민소환제 도입에 찬성했다.
여야는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를 두고 지난 4월부터 신경전을 벌여 왔다. 결국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의했고, 몸싸움 끝에 이를 의결했다. 한국당은 즉각 ‘의회민주주의의 폭거’라며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패스트트랙에 법안들을 올리긴 했지만 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제대로 된 회의 한 번 하지 못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