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도 빠짐없이 배 안에 있기를”… 헝가리 유람선 11일 인양

입력 2019-06-10 19:21 수정 2019-06-10 23:50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 인근 강변에 10일(현지시간)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과 양초, 신발 등이 놓여 있다. 이날 희생자 유해 중 4구가 화장된 채 유족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왔다. 한국과 헝가리 정부는 이날까지 본 와이어 선체 연결 등 인양 준비 작업을 완료하고 11일 오전부터 본격적인 인양에 착수할 계획이다. 뉴시스

“아직 실종자 7명을 찾지 못했습니다. 생존자들이 위로받고 자책하는 마음을 버릴 수 있길, 유족들을 위해 인양 작업이 잘 이뤄지고 실종자들을 모두 찾을 수 있길, 수고하는 모든 분들이 어려움 당하지 않길 함께 기도해주십시오.”

헝가리 부다페스트 한인교회에선 지난주에 이어 성령강림주일(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후 50일째 되는 날)인 지난 9일(현지시간)에도 다뉴브강 침몰 유람선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 예배가 진행됐다. 평소 학교로 운영되는 예배실은 환하고 밝은 분위기였지만 기도를 하는 현지 교민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엄숙했다.

현재까지 실종자는 한국인 7명과 헝가리인 선장 1명이다. 현지 교민 A씨는 “해가 점점 길어지는데 그날 날씨만 좋았어도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안타까움이 크다”며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배 안에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민들은 현지에 파견된 정부합동신속대응팀에 물품 지원이나 통역 등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교민 B씨는 “잠수사분들은 급하게 오느라 옷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말 많은 교민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교회에서도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다. 부다페스트의 헝가리 개혁교회(RCH)가 참사 다음 날부터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행사를 벌인 데 이어 이날 헝가리 침례교단은 조셉 우처이(Jozsef utcai) 침례교회에서 한국인 통역사를 대동해 추모 예배를 가졌다. 이 모습은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됐다. 헝가리 침례교총회장은 편지를 통해 “이번 비극적인 유람선 침몰 사건은 헝가리 침례교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헝가리 희생자 가족들, 대한민국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마음으로 공감한다”며 “성령께서 한국인과 헝가리 가족들 삶에 모든 필요한 것을 채워주시길 강구한다”고 밝혔다.

다뉴브강에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인양 준비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과 헝가리 당국은 선체를 감싸는 와이어 결속 작업과 크레인 연결 작업을 10일 중 모두 마치고 11일 본격적인 인양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합동신속대응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선체 네 군데에 설치하는 본 와이어 결속 작업이 모두 완료됐고 인양 준비작업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허블레아니호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건 지난달 29일 사고가 발생한 지 13일 만이다. 한국시간으로는 11일 오후나 12일 오전에 선체의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 측은 좌현으로 살짝 기울어 있는 선체를 물 속에서 최대한 똑바로 세운 뒤 수면 밖으로 꺼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송순근 구조팀장은 브리핑에서 “배가 파손되거나 시신이 유실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 선체를 들어올리는 방법을 헝가리 측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의 모양을 살피며 최대한 천천히 신중하게 작업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희생자 4명의 유가족 9명은 지난 7일 현지에서 화장한 유골함을 들고 이날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구조된 생존자 7명 중 2명도 함께 입국했다. 이날 경기도 안양에선 돌아온 유해 가운데 중년 부부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참사 발생 이후 한국에서 진행된 첫 장례다. 대전지역 희생자 김모(60)씨 유해도 대전으로 운구됐다. 다른 사고 희생자들의 유해도 순차적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장례 절차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지원된다.

부다페스트=박상은 기자, 조효석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