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독일 비정부기구(NGO)가 운영해온 난민 구조선 ‘마레 요니오’는 지난달 11일 지중해에서 표류하던 난민 30명의 목숨을 구한 것을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지난 4월 난민 구조선의 이탈리아 영해 입항을 금지한 정부 포고령에 따라 해안경비대에 압류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엔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 의사회’와 프랑스 단체가 운영해온 파나마 선적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우스가 활동을 종료했다. 아쿠아리우스가 해상에 폐기물을 투척했다는 이유로 이탈리아 정부가 선적 등록말소 요청을 하고 파나마 정부가 말소하면서 프랑스 마르세유항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된 탓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과거 지중해에서 10척에 달하던 난민 구조선이 이탈리아 정부의 압류 조치 등으로 잇따라 활동을 중단하면서 지금은 독일 난민 구조단체 ‘시워치’가 운영하는 1척만 남았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카를로타 사미 대변인은 가디언에 “최근 지중해에는 난민을 가득 태운 배가 증가했다. 이들이 탄 배는 낡은 나무배나 고무보트여서 조난의 위험이 크다”면서 “악덕 밀입국 알선업자들은 난민이 죽든 살든 신경쓰지 않는다. 난민이 조난당하면 누가 구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이 2016년 터키와 ‘난민송환 협약’을 맺으면서 중동 출신 난민은 줄어들었다. 반면 아프리카 난민은 계속 증가 추세다. 내전과 기아로 유럽행을 택한 아프리카 난민들은 주로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으로 가는 루트를 선호해 왔다. 이 루트는 북아프리카에서 유럽까지 가는 최단거리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포퓰리즘 연립정부가 들어선 이탈리아가 강력한 반(反)난민 정책을 실시하면서 이동경로로 스페인, 몰타 등을 택하는 난민이 늘어났다. 문제는 난민들이 탄 배가 지중해를 건너기엔 너무 취약해 전복사고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유럽 NGO들은 구조선을 보내 바다에서 표류하는 난민을 구조해 왔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몰타 정부가 입항을 거부하면서 난민 구조선은 EU 회원국들의 난민 분산수용 결정이 이뤄진 후에야 가까스로 이탈리아 몰타 스페인 항구 입항이 허용됐다.
UNHCR은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리비아에서 출발한 난민 2290명 중 1940명은 이탈리아에 도착했지만, 350명은 목숨을 잃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사미 대변인은 “리비아 내전이 격화되고 구조선이 줄어들면서 올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는 난민이 사상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며 “지중해는 피의 바다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