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파워’에 실금가는 은행권 ‘유리천장’

입력 2019-06-10 19:11

은행권에서 ‘여성 파워’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임원 자리에 여성들의 명패가 걸리고 있다. “유리 천장에 드디어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이지 않는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도 따라붙는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 여성가족부와 자율협약을 맺고 여성임원 비율을 2022년 20%까지 늘리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의 여성임원은 2015년 1명에서 올해 5명으로 늘었다. 신한은행도 2015년 1명에서 올해는 2명이 됐다. 2명의 임원은 지난해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여성 리더 양성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Shinhan SHeroes)’ 1기다. 우리은행의 여성임원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증가했다.

은행권이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는 ‘성과주의’다. 지난해 말 임원으로 승진한 왕미화 신한은행 부행장보는 2003년 사내 최초로 여성 프라이빗뱅킹(PB) 팀장에 올랐다. 연평균 50~60%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주니어급 여성 행원들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KB국민은행은 우수성과를 낸 직원에게 사내 최고 포상인 ‘국은인상’을 주는데, 여성의 수상 비율이 2013년 21.0%에서 지난해 42.9%로 뛰었다.

여기에다 여성직원이나 여성임원 비율이 높으면 해외투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 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사회책임평가(ESG)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ESG란 기업이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에서 얼마나 사회·윤리적 가치를 실천하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여성직원 비율도 여기에 반영된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의 연기금은 기업의 여성 친화도를 지수화해 투자결정을 내리고 있다. 일본공적연금(GPIF)의 미즈노 히로미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9월 열린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콘퍼런스’ 기조강연에서 “기업이 얼마나 여성 친화적인지 점수를 매기는 여성활약지수에 따라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었다. 이에 따라 활발하게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한국 금융회사에 여성직원이나 여성임원 비율은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일 “그간 남성 중심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금융회사에서 여성들이 평가절하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여성 비율을 늘려야 기업 경쟁력도 함께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