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키코 사건 재조사 추진에… 최종구 “분쟁 조정 대상인지 의문”

입력 2019-06-10 19:13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건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대상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취임 직후부터 키코 사건 재조사를 추진해 온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입장 차이가 재확인된 셈이다. 금감원은 조만간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피해기업 보상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10일 서울 마포구 옛 신용보증기금 사옥에서 열린 마포혁신타운 착공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키코가 분쟁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있긴 하다”면서 “당사자들이 받아들여야 분쟁조정이 이뤄지는 것이라 금감원이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키코는 환율이 미리 정해둔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약정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도록 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출기업들이 많이 가입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폭등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환율이 상한선 위로 오르거나 하한선 아래로 내려가면 기업은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당시 키코에 가입했던 기업들은 환율 급등으로 3조원가량 피해를 입었다. 피해기업들이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2013년 대법원은 사실상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위는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키코 재조사’에 회의적 입장이었다. 반면 윤 원장은 지난해 취임 후 내놓은 금융감독혁신 과제에 ‘키코 사건의 원점 재검토’를 포함시키는 등 재조사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을 신청한 4개 피해기업과 관련해 1년 동안 재조사를 진행해 왔다. 윤 원장은 지난 3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금감원이 할 수 있는 부분(분쟁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키코 사건 재조사의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이달 말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은행들의 피해기업 보상비율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은 강제성이 없다. 은행들이 조정 결과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